자정이 넘어 커피 한 잔을 마셨더니 잠이 통 오질 않아 결국 밤을 꼴딱 샜다. 오늘 하루 소화해야 할 스케줄이 오전부터 밤늦게까지인데... 안돼, 자야 돼. 했지만 이미 잠은 저 멀리 달아나 버렸다.
핸드폰도 보다가 뒤척거리다 시계를 보니 결국 오전 6시가 넘어버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할 수 없지.하고선 믹스커피 한 잔을 타오고선 노트북을 켰다. 찌뿌둥한 몸을 지지게 딱 알맞은 온도로 맞춰놓은 전기요 위에 있음은 물론이다. 아침 일찍 명상하듯 오늘은 고요한 이른 아침에 내 의식의 흐름대로 글 하나를 쓰고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졌다. 블루투스에선 요즘 최애 죠지의 "좋아해"를 틀어놓고 한 껏 분위기를 잡았다. 이런 무드에 살살 녹으며 약하다.
키보드에 손을 대자마자 떠오른 단어는 배설.이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다양할 진데, 그 one of the reasons 중에, 배설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지나간 내 시간과 추억을 붙잡는 일이기도 하고 내 삶을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또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글 한편을 쓰고 나면 내 기분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황홀감에 휩싸이는데, 고도의 몰입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어떠한 미동도 소리도 들리지 않는 무.의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 상태는 곧 내 존재에 대한 자각과 인식, 내 스스로가 깨어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일련의 과정이다.
뇌의 활동과 동시에 내 인지적 기능이 살아나면서 동시에 생각을 말이 아닌 글로 표현한다는 것, 생각보다 고도의 작업이라는 생각이다. 글과 말이 같으면서도 다른 이유일것이다.
글 한 편을 막힘없이 썼을 때, 난 그때의 글쓰기를 쏟아냄.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땐 키보드의 소리마저 힘차고 내 손가락 끝엔 힘이 들어가 야무져진다. 그렇게 내 감정과 생각을 최대로 끌어내다 하나의 글로 완성해버리면 마치 여의도 불꽃축제에서만이 볼 수 있는 수만 개의 폭죽 불꽃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듯 내 마음에도 배설로 인한 오만가지의 설명할 수 없는 형형색색의 불꽃이 터지는 경험을 하곤 한다.
감정이 완전히 씻겨 내려가는 혹은 맑아지는, 정화되는 기분이기에 글쓰기가 마치 명상과도 같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눈이 퉁퉁 붓도록 세상이 무너질 듯 펑펑 울고 나면 그 이후 기분이란 내 속에서 무언가가 크게 뻥하고 터져 해소되는 감정이 드는 것처럼, 내가 외로울 때, 우울할 때, 무너질 때 곧바로 노트북 키보드를 붙잡는 일도 이와 같다. 글로 내 마음이 정리된다는 것. 돈 들이지 않고 내가 나를 데리고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심리상담이자 가장 재미있는 취미이자 놀이다.
쏟아낸다.는 말이 난 좋다.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한 곳으로 몬다는 느낌이면서도 감정의 무게를 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이 함축되어 있는 것 같아서이다.
글을 통한 나의 배설은 자연스레 나를 치유하고 있다.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삶의 중심을 다잡을 수 있게 하는 에너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어떻게 하면 내가 내 스스로를 기만하지 않고 한 치의 거짓 없이 솔직하게 내 안의 나와 끊임없이 대화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 준 것은 내 인생의 큰 수확이다.
나의 경험 그 모두는 날 더 빛나게 해 줄 거라는 것. 날 더 값진 아이로 만들어 줄 거라는 것. 경험 그 자체가 내 인생이자 삶이라는 확신과 믿음은 내 존재에 대한 확신으로까지 이어진다. 또한 이것은 내가 글을 써야만 하는 당위이자 이제는 나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할 만큼 글이 없는 삶을 꿈꿀 수 없게 됐다.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모습도, 부정하고 싶었던 현실도, 후회했던 지난 시간들도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내 인생의 소중한 한페이지이며 그로 인한 나의 모든 경험은 그것이 크든 작든 내 글의 무한한 소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