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잘 내 손을 자주 들여다본다.
서른 다섯이 넘은 후부터는 부쩍 내 손의 촉감과 살갗. 주름이 낯설다. 손이라고 변하지 않을까.
손도 늙는구나.
나이 든다는 건 내게 오는 당연한 변화를 자연스럽게. 무심하게.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일인 것 같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내 사진첩엔 유독 나의 뒷모습 사진이 많다. 지나간 사랑들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찍어준 것들도 있고 의도적으로 내 뒷모습을 남기고 싶어 찍은 것도 있다. 나는 정면 사진보다는 내 뒷모습 사진에 대한 애정이 깊은 편인데, 내 뒷모습... 찍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볼 수 없는 것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 뒷모습에서 그렇게 나는 자주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내 뒷모습은 마치 내게 나는 너의 마음을 다 이해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기도, 쓸쓸함, 외로움, 상처, 고독, 상실감, 행복, 기쁨, 환희 그 모든 감정들이 시시각각 연주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그런 내 뒷모습을 통해 나는 나를 위로했고 내 지난 시절을 회상했다.
기분이 꿀꿀해도 밥은 들어간다. 그럴 때면 이런다. "이 상황에 이 기분에도 배가 고픈 걸 보니, 허기진 걸 보니, 어쩌면 그리 심각한 게 아닐지도. 아직 살만하다는 증거겠지." 부정적인 감정들이 먹구름처럼 한꺼번에 밀려올 때, 나는 부엌으로 향한다.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재료들을 꺼내 사부작사부작 뚝딱뚝딱 아스락아스락 바스락바스락 뚝딱뚝딱 정신없이 부지런히 내 온 에너지를 부엌이라는 그 공간에 투영한다.
요리 하나에 꿀꿀했던 내 기분은 다시 낄낄 껄껄해졌다가. 기분이 잠시 가출했다면, 부정적인 감정이라는 불청객이 잠시 문을 두드렸다면, 그럴 땐 간단한 것일지라도 나를 위한 정성어린 요리로 그들을 대접해보는 게 어떨까. 나의 이런 호의에 그들은 쉬이 물러갈 때가 많다.
어제 파울로 코엘료의 라이프를 다시 읽었다. 희한하게 같은 책인데도 같은 문장인데도 그때의 내 마음과 처지에 따라 이토록 다르게 와닿는 건 왜일까.
"도전은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삶은 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우리를 기다리는 운명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는데 일주일의 시간이면 차고 넘칩니다."
-악마와 미스 프랭-
"인간은 자기 운명의 주인, 실수를 저지를 자유가 있습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책 브리다의 한 구절이다. 이 문장이 내 마음을 왜 그리 들었다 놓았다 한 건지. 이 문장에 나는 매료되었고 다시 한번 나는 내 운명의 주인. 그러므로 내 안에서 충분히 온리 원.으로 살아가자. 다짐했다.
나 다울 것. 자유로울 것. 내 취향을 잃지 않을 것. 내 앞에 어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까. 어떤 세상을 난 또 마주하게 될까.
버스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