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다시 찾은 마드리드.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건 지난 스페인 여행 때 내 안식처가 돼 줬던 바실리카 성당을 찾는 일이었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듯한 공기도 그 짙은 냄새도 자리도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달라진 건 나뿐이었다.
톨레도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마드리드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여를 달려 도착했다.
역사는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던 E.H 카의 말이 생각났다. 8월 한여름 숨 막히는 따가운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며 톨레도 성벽으로 올라가고 있는 중이었다. 물이 필요했다. 잠시 가게에 들러 2리터짜리 페트병을 집어 들었다.
고요했고 차분했고 성스러웠다. 톨레도의 그 모든 것들이. 시간이 멈춰 버린 듯한 이 도시, 톨레도에 사는 기분은 어떨까. 성벽에 다다랐고 성벽 한 자락에 자리를 잡았다. 톨레도 시내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필름의 파노라마 같았다. 아직도 그 모습이 생생하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감정이었고 행복이었다.
성벽 한 자락에 두 다리를 모으고 팔을 웅크려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런 호사가 없었다. 이 도시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살랑 부는 바람도 한 몫했다. 그때 내게 불어왔던 찾아왔던 그 바람의 그 촉감까지 생생하다. 바람에 머리카락들이 흩날렸고 그마저도 바람이 내게 말을 거는 듯했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완벽했다. 1시간 동안 톨레도와 함께 나도 멈췄다. 어떤 미동도 없었다. 그때 왜 이리 속으로 내 이름을 불러댔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그런 고민들에 스스로에게 답을 구하고 있었던 거였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