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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영원한 행운도 영원한 불행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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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어쩐 일인지 수시로 틈틈히 내 생각을 적어내려가고 있다. 무언가 봇물터진 느낌이다. 내가 경험한 것들. 쌓아온 이야기 보따리들이 판도라의 상자처럼 서서히 풀리고 있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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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프란시스 베이컨의 전시를 다음날 그 다음날 이런 방식으로 족히 스무 번은 넘게 찾았다. 추운 겨울, 두꺼운 코트와 머플러를 여밀며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던 내가 아른거린다. 기괴한 모습의 사람 형상이 그려진 작품 속에서 나는 한참을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며 머물다 오곤 했다. 위로받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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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끝나기도 전인데, 오늘 저녁은 뭐 먹지?하는 걸 보면, 산다는 거. 잘 먹고 잘 사는 일이라는 걸 새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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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사랑한다는 것, 날 이해한다는 것, 날 수용한다는 것, 날 인정한다는 것, 날 용서 할 수 있다는 건 사실 바꾸어 말하면 타인을 사랑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고 인정하고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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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랑하게 되면, 이젠 어른의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