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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by m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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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삶았다. 포슬포슬하게 알맞게 익었다. 식힌 후 감자샐러드로 만들어 소분해 냉장고에 넣었다. 이러고나면 나는 부자된 기분이다.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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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결이 같은, 나와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듯한 에너지와 기쁨과 안정을 준다. 오늘 역시 내겐 아주 그런 날이었다. 나를 기분좋게 하는 것들이란... 내 삶, 내 일상 속 작은 하나 하나 그 자체들과 그 자체들의 연속 또는 크고 작은 내 삶의 스토리와 에피소드, 플롯의 집합, 교집합, 합집합 등등이라고 할까.


내 삶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들은 엄청난 것이 아니라, 결코 화려하거나 큰 것이 아니라 이런 단출함과 소소함과 사소함에서 비롯된다는 걸 난 느낄 수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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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밀가루가 남아 이번엔 동그란 모양으로 통밀빵을 아침 일찍 구웠다. 빵굽는 냄새가 가득했다. 빵굽는 마을 요정이 된 듯한 기분이다. 식힌 후 반으로 잘라 모양을 확인했다. 지금 껏 가장 성공적이다. 작은 성공 하나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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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아 좋은 점은 공간과 시간을 순전히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건데, 알아서 절로 눈이 뜨고 깨어질 때 깰 수 있는 사실이 또 아직은 그럴 수 있다는 점이 내 일상 하루의 시작을 좀 더 자유롭게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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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B급 감성이란, 지극히 사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조건이라는 조건은 다 갖추고 있는 그 모든 분위기와 감성을 의미한다. B급 감성이란 내겐 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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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것보다는 오래된 것, 촌스러운 것, 평범한 것, 편한 것, 깔깔 댈만한 웃긴 것에 푹 빠지는 성미를 가졌다. B급 감성이 주는 단어 그 자체에서 오는 그 느낌과 쌈빡함과 쫄깃함이 나는 그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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