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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 Baguette

by miu

파리 살던 때, 가장 흔하게 먹던 빵이라면 단연 바게뜨다. 그 중에서도 꼭 트라디시옹 드미를 샀다. 그때 알게 됐다. 한국에서 먹던 바게뜨는 진짜 바게뜨가 아니란 걸.


질좋은 바게뜨 하나를 1-2유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건, 프랑스 사람들의 특권같았다. 길가다 어느 불랑제리에 들어가도 최상의 바게뜨를 살 수 있었다. 버터를 두툼하게 잘라 그 위에 얹어 먹으면 환상이다.


Une Baguette. 바게트 하나를 흰 에코백에 넣고 길거리를 걷다보면, 나도 진짜 파리지엔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게다가 맞은 편으로 걸어오는 나와 같이 에코백이나 가방에 툭 넣고 다니는 파리지앵, 파리지엔느를 마주치기라도 하면 그 느낌은 더욱 강해졌다.


파리지앵, 파리지엔의 특징 내지 장점이라면, 확실히 자유.다. 그들은 자유.라는 개념을 명확히 알고 사는 사람들 같았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내 삶의 주인은 나요.라고 대놓고 외쳐대는 사람들로 넘쳤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술가나 다름없었고 주체성이 강했다. 남녀 불문, 나이 불문 그들은 자기 스스로를 아는 사람들 같았다.


신선한 충격 그 무언가가 확실히 있었다.


함께 수영을 하고 나온 뒤 어느 카페에서 친구 제시카가 들려준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로워 둘이 깔깔대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파티에 가기 전 혼자 유유히 들른 집 앞 카페 바에서 우연히 만난 프랑스 배우 알랭 드롱의 아들 파비앙 드롱과의 짧은 로맨스 그리고 사진.


이런 류의. 짧지만 강렬한 혹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경험하지 못할 일들이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곳이 파리이기도 하다. 그만큼 파리는 자유. 아무흐(사랑).가 넘치는 곳이다.


자유와 사랑이 아무런 제약없이 무한히 확장되는 곳. 사진첩을 보다 우연히라도 파리 사진을 보게라도 되면, 자유와 사랑이 넘치는 그곳으로 날 기꺼이 소환한다.


드미 바게뜨에 버터, 각설탕 하나를 톡 떨어뜨린 롱고 커피 한 잔이면 충분히 낭만적일 수 있었던 그 때. 참 좋은 시절이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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