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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by m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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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 언니와 조카 둘을 초대했다. 언니에겐 알싸한 페퍼론치노가 들어간 알리오올리오를, 조카들에겐 치즈 파스타를 내었다. 그레이터로 치즈를 파스타 위에 솔솔 뿌렸다. 산 정상에 하얀 눈이 완전하게 덮힌 듯이, 그런 모양새가 나도록 그레이터로 치즈덩어리를 있는 힘껏 갈아냈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맛있어라. 맛있어라. 특히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할 때면, 내 요리는 부쩍 더 진지해진다. 아주 맛깔나게 먹어주는 걸보니, 성공이다. 4살 조카 유겸이가 살포시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이모, 파스타 넘 맛있었쪄." 이 말 한마디에 내 마음은 허트 어택 당했다.


허트 어택. 이렇게 작은 마음 표현 하나면 된다. 이런 공격이라면 얼마든지 온 몸으로 맞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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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시인의 잠언집 제목처럼. 하루에도 몇 번은 이 말이 절로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럼에도 이 생각의 끝은 결국,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이 얼마나 다행이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야."로 맺고 만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진짜 달라졌을까. 나는 어땠을까. 진짜 그랬을까.

사실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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