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쯤. 커피를 끊어 볼까.싶어 커피를 줄여나갔다. 본래 맥심커피를 좋아하는 터라 정확히 말하면 맥심커피를 줄이고자 함이었다. 헌데 며칠 전부터 다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아니되겠다.는 생각에서다. 커피마시는 일은 내가 하면 기분좋아지는 것들 중 하나인데. 이걸 잠시 끊어보았다니. 좋은 경험이었다.
이번엔 헤이즐넛 라떼에 꽂혔다. 한 번 당기면 질릴 때까지 먹는 고약한 성미를 가졌다. 커피를 다시 먹기 시작한 이유는, 커피를 줄여나갔던 한 달 새. 우울감이 잦게 찾아왔고 기운이 나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는 일은 내 루틴의 하나이기도 했기에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이스 헤이즐넛 라떼를 챙겨먹으니 아주 살 것 같다. 과장 아니고 살맛난다. 오늘 오전에도 먹어줬더니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 기분탓이라 해도 좋다. 그리하여 오늘 아침 일찍이 커피 하나로 하루를 시작했다.
내겐 책을 읽는 다는 건 일상이다. 그치만 책을 읽고 싶지 않은 날은 책이 당기지 않은 날은 또 읽지 않는다. 어떤 날은 하루에 책을 3권 이상 몰입하며 단 번에 읽어 내려갈 때도 있다. 어젠 도서관에서 책2권을 빌리자마자 단숨에 다 읽어내려갔다. 그럴때 내 기분은 째진다. 책 읽는 맛이 있다.
오늘은 어제 읽은 책2권을 반납하고선 책 한 권을 빌렸다. 다 읽은 책을 반납할 때 기분도 맛있다. 도서관에서 반납과 대출을 교차하는 교환하는 그 기분이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이렇게 내 일상이 무심할 수가 없다. 아침엔 버터에 구운 닭 반마리와 삶은 감자, 매콤한 아라비아따 소스를 넣은 토마토 파스타에 어제 사놓은 블랙번 샌드위치에 두유를 든든하게 챙겨먹었다. 배가 고파 새벽6시에 차려먹었는데 먹으면서 든 생각은, "행복하다. 이러려고 사는 건가. 자고로 진짜 잘 먹어야 돼. 아주 잘하고 있어!"
그러고선 8시 30분 땡하자마자 헤이즐넛 라떼를 테이크 아웃 해와서는 집에서 꼼냥꼼냥 마셨다. 그러고선 짐 정리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단출하지만 은근 할 일이 있는 내 살림을 했다. 그러곤 도서관으로 왔다. 도서관 서고들 사이에 책을 고르는 나와 그 공기를 애정한다.
노트북도 챙겨왔다. 도서관에서 글 한 편을 쓰고 가야지.싶은 마음이 일어서다. 키보드 소리도 정겹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즐겁다. 글 쓰는 일이 내겐 전혀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도 크다. 부담없다. 내 의식을 정화하는 일엔 부지런한 편이다.
도서관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정말이지 평화로운 상태다. 이러다 시간이 되면 먹고 살아야 하므로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하러 가면 되는 것과 그 이외의 시간은 철저하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들로 채운다.
내 삶이 내 일상이 내 하루가 이토록 무심할 수 있는 이유는 사실, 큰 기대가 없어서다. 크게 기대하지 않으니 실망할 일도 적고 외려 사소한 것에 감사함과 기쁨과 설렘을 느낄 때가 더 많다.
정말이지 지금의 내게 자주 드는 생각은, 우울에 빠져 무기력해 있던 시절의 나.에 대해 감사하다. 그땐 방황하는 내 마음을 어쩔 줄 몰라, 도저히 어떻게 해야 이 동굴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던 시절의 나.는 결국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과정이 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 내게 이런 삶을 선물하기 위해 일어난 일이었구나.를 깨닫게 되자 내 삶은 많은 것이 아니 모든 것이 변했다.
진심으로 지금의 나는, 이보다 더 한 선물이 있을까.생각한다.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가 파릇파릇 샘솟는다. 봄을 타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 내게 좋은 징조인 것인지. 설렘이 가득하다. 화창하고 아름다운 날씨 탓도 분명 있다. 생각만 하지말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실천해보기로 한다. 그렇다고 급하게 조급할 것 없이 적당히 간격을 지켜가자.
무심한 내 하루가 이토록 괜찮아 보일 수 있는 건 다 내 마음에 달렸다. 평범한 하루여서 평온한 하루여서 나는 그저 감사할 뿐이다. 언제부터인가 심심하다는 건 내겐 지루하거나 따분함이 아니라 평온과 고요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