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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u Apr 03. 2023

요리요정  

아침부터 감자를 껍질째 삶았다. 돼지 감자는 감자칼로 껍질 벗겨내기 여간 시원찮다. 솔직히 귀찮아서 통째로 삶았다. 삶아놓은 채로 오븐에 굽거나 아님 껍질을 벗겨 샐러드를 먹을게 분명하다.


삶은 감자를 법랑냄비에 담아놓았다. 저녁에 와서 뭐라도 해놓을 참이다. 감자덕후로서 감자는 왜 이리 맛날까. 맛있을까. 감자없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다.


자칭 타칭 요리요정이다. 요리할 때 가장 설렌다. 신난다. 기분좋다. 내게 요리란 장을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인데. 요리 유튜브는 보지 않는다. 그저 내 맛대로 내 마음대로 내 생각대로 한마디로 제맛대로다. 맛좋고 보기 좋으면 최고다.라는 생각이다. 계량에도 취약한 편이라. 조금. 살짝. 적당히...라는 말로 대체한다.


일하기 전, 이십여분 읽던 책을 덮곤 또 다시 글을 쓰고 있다. 글은 지극히 쓰고싶을 때 언제든 쓴다. 횟수 상관없다. 내 생각의 기록이기도 하고 지금 현재 내 기분과 태도와 상태의 기록이기도 하다. 부담도 아니다. 무튼 요리하나에 글쓰기 하나에도 작은 성취 혹은 작은 성공.이라 명명한다.


슈퍼에서 파는 돌체라떼. 하나도 샀다. 며칠 전 먹고선 빠졌다. 자잘한 지출이다. 이 와중에 돌체 라떼 한 모금. 캬하. 이 여유로움에 감사해한다.


참, 어제 길거리 보세가게서 산 6,900원짜리 그레이 티셔츠도 맘에 쏙 든다. 화이트, 블랙도 사두길 잘했다. 입고 나왔다.


다시 요리를 진지하게 해보려고 한다. 요리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아직 마흔이 되기 전인데. 그 전까지 좋아하는 일에 대한 힘을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하자.! 요리에 대한 열정.이 사뭇 진지하다. 이럴때면 때.가 된 건가.싶다. 그래서인지 내 머릿속엔 온통 식재료. 요리.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섞으면 어떤 맛이 날까.등등 창의적인 생각으로 가득하다.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사랑할 때 이유가 있나.하면서도 꼽으라면 꼽을 수 있다. 가장 큰 건, 요리할 때 나답다는 이유에서다. 희한하리만치 요리할 때 나의 온갖 장점들이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이랄까. 창의적이게 되고 재밌고 신나고 몰입된다. 내겐 요리는 명상과도 같은 이유다.


천 조각, 헝겊, 행주 등... 취향저격의 이런 류들을 보면 내 눈은 뒤집어진다. 로즈마리, 딜, 타임 등 허브류를 를 넣은 요리가 좋고 어디에도 없는 제멋대로의 내 레시피에 대한 애정이 있다.


케이터링 하던 시절, 너무 맛있다, 어떻게 만드는 건지. 감동의 피드백을 받았던 적도 많다. 피드백이 좋은 요리들은 메모해뒀다. 보통은 즉흥적으로 만드는 음식이 대부분이라 내 손이 기억하고 내 머리가 기억한다.


파리 살 때 친구 제시카가 만든 카리브해식 생선 스튜가 기가막히고 코가 막혔는데. 한 번은 제시카가 만들 때 보라며 날 불렀다. 내 머릿속에 저장돼 있다. 노르망디 출신인 제시카는 아버지는 폴란드인, 어머니는 카리브 출신이었는데, 제시카도 나처럼 휘뚜루마뚜루다. 요리솜씨가 기가막힌 친구다.


무튼 요리에 대한 열정과 설렘이 파릇파릇 살아나는 걸 보니, 이번엔 이 열정. 찐이다.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씩 차근차근 시작해본다. 이미 시작됐다. 난 해낸다. 해낸다. 나는 이미 그리 되었다.는 자기 주문도 잊지 않았다.


내 끝은 이미 정해져 있거늘, 그 무엇이 두려울까.

재밌게 살자. 즐겁게 살자. 만족하며 살자.  내가 가진 것 안에서 그 속에서 빛을 찾아내자.


요즘의 나를 보면 진정으로 그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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