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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u Feb 05. 2023

48kg 유지하는 이유

꾸리꾸리한 냄새가 진하게 나는 치즈와 꾸덕꾸덕한 그릭요거트를 애정하는 나는, 이 두가지를 수시로 찾는다. 치즈와 그릭요거트를 채우는 일은 내겐 매 순간 설렘이다. 파리 살때 참 좋았던 것중 하나는 치즈와 버터, 갖은 종류의 요거트를 한국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는 점이었는데, 치즈 덕후로서 그 부분이 내겐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질 좋은 버터도 4천원이면 충분히 살 수 있었는데, 모노프리에선 모짜렐라 치즈도 작은 1봉지에 1유로면 살 수 있었다. 한국에선 배 이상이니 저렴한 가격에 늘 사먹었던 내겐 아직까지도 치즈와 버터 가격이 다소 비싸게 느껴지는 건 어쩔수가 없다.


파리 살땐 소고기가 돼지고기 닭고기보다 더 저렴할 때가 많았고 육류, 유제품은 식비에서 그리 큰 부담은 아니었다. 요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파리 살던 때, 그리고 내가 살던 집 부엌은 생각만해도 날 미소짓게 한다. 무엇보다 난 부엌을 가장 애정했는데, 오븐도 크고 빈티지스러운데다 정확히 취향저격의, 내 취향의 부엌이었다. 매일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부스부스한 머리를 한 채 부엌으로 향했는데, 커피 한 잔을 진하게 내린후 각설탕 하나를 톡 떨어뜨렸다.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가 낭만을 더하곤 했다.


감자와 닭고기 요리를 참 많이 해먹었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엔 꼭 와인 한 병을 샀다. 가격도 어찌나 합리적인지. 어떤 건 4천원 짜리도 있는데 조리용으로든 어디에도 손색 없는 퀄리티였다. 무튼 좋아하는 치즈와 버터, 요거트... 거기에 때론 팍팍했던 파리 생활에 낭만을 더해준 와인... 부쩍 생각나는 요즘이다.


일주일에 두번 정도는 몸무게를 체크하는 편이다. 키가 165cm인 나는, 48kg를 유지하고 있다. 살이찌면 또 어떠한가. 전혀 상관없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몸무게를 48kg로 유지하는데에는 이 무게가 내 정신건강과 내 정신상태에 조밀하게 치밀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원래부터도 과자나 라면, 음료수를 웬만해선 먹지 않았다. 당기지 않아서가 이유다. 주전부리라하면 견과류나 요거트 정도... 단 치즈케이크와 뉴욕치즈케이크 아이스크림은 예외다. 내겐 환장할 맛이다.


평소 내 몸 스스로가 반응하는 건강한 음식을 고루 먹어준다. 포만감은 큰데 칼로리가 적은 그러나 영양소는 최상인 것들 위주로 직접 요리해 먹는다. 계란과 양배추도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다. 48이라는 수치에 집착하는 건 전혀 아니고 그 숫자란, 내 스스로가 가볍다. 가뿐하다.는 느낌이 들게하는 기준이 되는 지극히 주관적인 수치일뿐이다. 몸이 가벼워야 무겁지 않아야 내 정신도 맑아지고 깨어있게 된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내 몸에 대한 관리 역시 내 삶에서 내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몸으로 내 정신이 파괴되는 걸, 상처받는 걸 경계하는 편이며 내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부단히 노력하는 편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내려놓음, 혹은 뒤돌아 보지 말 것. 그러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내가 주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내가 먹는 음식이란, 내 정신상태와 감정과 기분과 태도에 매 순간 영향을 미칠만큼 치명적이다. 그걸 깨닫게 된 이후, 밀가루나 과도한 탄수화물을 조절하는 편이다. 내 몸을 관리하게 되면, 내 몸 안의 세포와 잔근육과 외관으로 보이는 혈관이라든지... 내 안의 장기를 오롯이 느끼게 될 때가 있는데, 그때의 그 기분이란. 아, 내가 의식하고 있구나. 내가 깨어있구나.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내 몸을 관리한다는 건, 내겐 내 몸을 오롯이 온전히 완전하게 느낀다는 것과 같다. 나는 수시로 내 몸을 관찰하고 만져보고 느낀다. 누워서도 배와 뼈들 사이를 천천히 만져본다든지, 스트레칭을 통해 내 온 몸의 감각이 파릇파릇 돋게 한다. 스트레칭 하나에 내 온 몸은 놀라울리만치 반응한다. 잔근육이 쫙쫙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나는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을 셀프허깅한다. 두 팔 모아 날 포옥 안아준다.


가죽이 평평한 상태에서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며 있는 힘껏 스트레칭하면 가죽이 당겨지면서 나는 느낌이 있는데... 이렇듯 내 온 몸의 감각을 예리하게 깨우는 것. 날 늘 깨어있게 한다. 몸이 영민하면, 몸이 예리해지면, 몸이 단출해지면, 몸이 심플해지면 내 마음도 영민해지고 예리해지고 단출해지고 심플해진다. 얄팍한 혹은 사특한 생각일랑 들어올 틈이 없게 된다. 내가 날 보호할 수 있게 해준다.


몸이 관리되면, 내 정신과 마음과 생각과 태도와 기분이 관리되는 것은 물론이고, 외적으로 치장하는데 소비할 필요가 없게 된다. 몸이 가볍고 날씬하면 어떤 옷을 입어도 웬만해선 다 예쁠 수 있다는 것과 몇 천원짜리 몇 만원짜리 옷도 그 가격과는 상관없이 얼마든지 자기 스타일을 살릴 수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너무 잘 알고 있다. 새 옷을 사지 않기 위해 몸을 관리한다.는 밀라논나의 말씀이 너무도 와닿는 이유다.


음식을 조절할 수 있다는 건, 내가 날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곧잘 수시로 이를 즐긴다. 배가 고플 때라야 밥을 먹는데 그래야지만이 음식을 더 맛깔나게 먹을 수 있게 되고 먹는 것에 감사함마저 느낄 수 있게 된다. 치즈 케이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치즈 케이크도 한 조각으로 조절해서 먹을 줄 알고 배가 부른 상태임에도 음식에 욕심을 내거나 집착해 더 먹지 않는다. 먹는 것에서조차 깨어있으려고 노력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론, 허기가 조금 질 때, 내 속을 비울때, 내 생각이 영민해지고 맑아지고 깨어있음을 느낀다. 내가 배고픔을 즐기는 이유다. 배고픔을 즐기는 자, 어떨땐 마치 내가 수양자가 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갖은 경험 끝에, 내 스스로와의 치열한 고민과 투쟁과 화해 끝에 얻은 깨달음이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내 일상에 내 삶에, 내 삶의 가치관과 태도로, 생활방식으로, 습관으로 투영될 때 내 가슴은 벅차오른다. 짜릿하고 또 짜릿하다.


이따금씩 밀려오는 찾아오는 걱정이나 불안이나 염려가 생각해보면 진짜 실체가 있는 것일까. 나는 그럴때마다 내 기분과 감정을 의심해본다. 이게 진짜인지. 명료하게 알아차리려 노력한다. 오지 않을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일랑과는 작별을 고한지 꽤 오래되었고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사는 방법에 집중하게 됐다.


고로 나의 이 지리한 크고 작은 노력들이 지금의 나로, 앞으로의 내.가 되어 남은 내 인생을 더욱 의도적이게 의미있게 만들어 줄거라 확신한다. 정말 의뭉스러울만치 희한하리만치 나는 내가 그리고 내 삶이 사랑스럽게 보인다. 산다는 거, 행복이라는 것도 내가 나를 궁금해 할 때, 내가 내 몸을 온 몸으로 느껴볼 때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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