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언어의 마술사
수지가 양치질을 할 때 아직은 내가 옆에서 양치하는 걸 도와준다. 수지가 스스로 양치를 먼저 하고 나면, 마무리는 내가 한다.
얼마 전에도 수지랑 같이 화장실에 가서 양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지가 날 빤히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엄마, 입이 부서졌어."
무슨 말인가 싶어 "응?" 하며 거울을 봤는데 내 입술이 건조해서 껍질이 벗겨져 있었다. 그걸 보고 수지가 부서졌다고 말한 것이다.
내 입술 상태를 직접 보고 나서, 수지가 한 말을 다시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입술이 텄다, 입술이 갈라졌다'라는 표현을 모르는 수지는 터서 갈라진 내 입술을 보고 '입술이 부서졌다’ 고 말했다. 이 표현이 너무 참신하고 새로워서 듣자마자 뇌리에 깊게 박혔다.
갈라진 입술을 보고 한 번도 부서졌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날 수지의 말을 듣고 ‘부서진 입술’ 이란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이가 말하는 걸 자세히 들어보면 평소에 내가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는 표현을 할 때가 많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내 머릿속에 굳어진 틀이 깨지고, 새롭게 환기되는 느낌이 든다.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아, 이렇게 말할 수도 있구나!'
'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새로움을 항상 아이를 통해 자주 느낀다.
아이는 나에게 창의력을 자극시켜 주는 촉진제이면서, 새로움과 참신함을 가르쳐주는 선생님 같기도 하다.
수지는 내 부서진 입술을 보며 "엄마 아파? 엄마 피났어?" 하고 물어봤다.
난 수지의 관심을 받는 게 좋아서 하나도 아프지 않은데, "응 엄마 입술 아파."라고 말했다. 수지는 날 걱정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그 모습에 난 웃으며 "아니야, 엄마 괜찮아. 안 아파." 하고 안심시켜 주었다.
아이는 늘 나에게 새롭고 신선한 자극을 준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듣고 알던 기존의 낡은 세상을 조금씩 깨뜨리고, 깨진 그 자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아이를 키우면서 모든 날이 매일 새롭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 어제와 오늘이 다른 아이, 그리고 내가 알던 좁은 세상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매일 보게 해주는 아이 덕분에 내 삶도 매일 더 새로워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