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상자를 보고 택배 기사님께 인사하는 아이

무채색 일상에 색을 칠하는 아이의 이쁜 말

by 행복수집가

늘 비슷한 패턴의 무채색 같은 일상에 아이의 이쁜 말을 들으면 알록달록한 색이 칠해지는 것 같다. 하루에도 여러 번 내 아이의 이쁜 말과 이쁜 행동에 나도 아이처럼 웃고, 해맑아진다.


최근에 아이가 한 이쁜 말과 행동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어린이집 하원하고 수지와 손잡고 잠시 동네 산책 하는데, 우리가 걷고 있던 길 옆의 도로에서 자동차들이 신호를 받고 줄지어 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수지가 “자동차가 칙칙폭폭 하네”라고 말했다. 그 말에 웃음이 나왔다. 자동차들이 나란히 줄 지어 가는 모습이 아이가 보기엔 기차 같았나 보다.


그런데 기차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칙칙폭폭 한다고 하니, 뭔가 자동차들이 장난감 기차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귀엽게 보였다. 아이의 말 한마디로 도로 위의 자동차가 귀여운 기차가 되었다.


우리 집엔 택배가 자주 오는 편인데, 수지와 같이 외출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집 문 앞에 택배가 놓여있었다. 수지가 그걸 보더니 “어? 택배네? 엄마 아저씨가 택배 주고 가떠. 아저씨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했다. 그땐 택배 기사님은 없었고 택배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는데, 그 택배를 보고 아이는 택배를 놓고 간 아저씨를 생각했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아이의 그 순수하고 이쁜 마음에, 나도 같이 이미 가고 없는 택배 기사님께 감사하다고 소리 내어 인사했다. 이 더운 날 수고하는 택배기사님께 아이의 이쁜 마음이 전달되어 힘내셨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난 택배 와있는 걸 보면, '어 택배 왔네'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수지는 택배박스를 보고 이걸 가져다준 아저씨를 생각한다. 이렇게 4살 아이에게서 또 하나 배웠다.


수지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빠르면 6시에 깨고, 보통 7시 전에는 항상 일어난다. 수지의 이른 기상은 평일, 주말이 동일하다. 난 회사 안 가는 주말엔 좀 더 자고 싶은데, 항상 수지 때문에 졸린 눈을 억지로 뜨며 일어나곤 했다.


얼마 전 토요일엔 수지가 또 일찍 일어나서 엄마를 깨웠다. 엄마가 일어날 때까지 일어나라고 조르는 수지다. 그날 난 유난히 더 피곤해서, 수지에게 ”수지야 엄마 오늘 회사 안 가는 날인데, 엄마는 더 자고 싶어 힝" 하며 일어났다.


그리고 그다음 일요일 아침, 수지는 또 일찍 잠이 깼는데 날 깨우지 않고 혼자 누워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쫑알쫑알 뭔가 이야기를 하며 놀았다. 수지가 잠이 깨서 놀고 있으니, 나도 순간 잠이 깨긴 했는데 아이가 날 깨우지 않고 혼자 놀고 있어서 그대로 다시 스르르 잠이 들었다. 다시 잠들었다 일어나니, 아침 8시쯤이었다. 아침 8시면 아주 늦잠을 푹 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일어나서 수지를 보니, 수지가 "엄마 잘자떠?" 하더니, “수지가 엄마 안 깨우고 노래 불러떠” 라고 말했다. 그 말에 갑자기 밀려오는 감동과 고마움에 수지에게 “수지가 엄마 낸내 더 하라고 혼자 노래 부른 거야?”라고 하니 그렇다고 했다. 그러고 이어지는 수지의 말 "엄마 감동받아찌?"


아이의 그 말에 감동도 받고 행복도 얻고 크게 웃었다. 그리고 나는 수지를 꼭 안아주며 "응 엄마 감동받아떠" 라고 말했다. 아침부터 수지가 사랑꽃을 한 다발 내 품에 안겨주었다.


나는 다 마른빨래를 거실로 가지고 와서 개는데, 내가 빨래를 개고 다 갠 빨래를 옷방에 넣으러 옷가지를 가지고 들어가니, 수지가 내가 개어서 놔둔 빨랫감을 방으로 가지고 와서 나에게 갖다 준다. 이건 이렇게 하라고 시킨 적도 없는데, 빨랫감을 정리하는 나를 수지가 이렇게 도와준다.


거실에서 방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그런데 수지가 자기의 작은 손에 빨래를 한가득 안고 가져와서 내 앞에 놓아준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수지가 엄마를 챙긴다. 어떻게 하면 엄마에게 도움이 될지 생각하고 있는 아이 같다. 내가 개어놓은 빨래가 수지 손에 들리면 다시 풀어지지만, 그래도 너무 좋다. 이렇게 나의 평범하고 소소한 모든 일상에 아이의 손길이 묻어 있다.


평범한 무채색의 일상에 아이의 말과 행동이 일상을 달콤하고,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수지가 자주 쓰는 단어 중에 ‘알록달록’이란 말이 있다. 색깔이 여러 개 있는 걸 보면 알록달록 하다고 한다. 그 말을 할 때 수지의 발음이 너무 귀여워서 아이의 입을 통해서 몇 번은 더 듣고 싶은 단어다.


수지와 있으면 내 일상도 알록달록 해진다.


삶에서 내 옆에 누가 있느냐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내 옆에는 작은 천사 같은 아이가 있다.

이 아이가 알록달록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기운을 나에게 마구 뿜어낸다. 이 영향을 매일 받을 수 있는 게 행복하다.


때로는 고집부리고 떼쓰기도 하는 4살 아이지만, 그래도 이러나저러나 내 아이는 사랑스러움을 가득 묻히고 있는 사랑둥이다. 수지가 한 번씩 떼쓰고 힘들게 해서, 힘겨운 마음으로 출근한 날도 오후엔 수지 영상과 사진을 보며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날 웃게 하는 아이의 웃음

특별히 웃을 일이 없는 척박한 사무실에 있는 나에게 수지는 오아시스와도 같다. 수지로 인해 일상이 달콤해지고, 감정이 메마르지 않고 늘 물기를 가득 품은 풀잎처럼 싱그러운 것 같다.


내 옆에 있는 사랑스러운 내 아이로 인해 내 마음도 알록달록한 사랑으로 물들어간다. 이렇게 변해가는 내가 참 좋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