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아이

by 행복수집가

요즘 내 아이는 씻거나 자는 시간을 자신이 정한다. 예전에는 내가 아이에게 '이것만 먹고 하러 가자', '이것만 보고 하러 가자'는 등 이런 식으로 아이의 시간을 내가 제어하고 주도했다.


그런데 이제는 수지가 시계를 보고 자기가 무언가 하는 시간을 스스로 정한다. 수지는 아직 시계를 볼 줄 모르지만, '긴 바늘이 1에 가면, 긴 바늘이 2에 가면 할게' 이런 식으로 시간을 정한다.


그렇게 스스로 시간을 정해두면 놀다가도 자기가 말한 숫자에 긴 바늘이 갔는지 시계를 확인한다. 그리고 자기가 정한 시간이 되면 하던 것을 멈추고 약속한 것을 실행한다. 물론, 약속한 시간이 돼도 더 미루거나 안 하고 싶어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 자기가 정한 시간에 자기가 한 약속은 지키려고 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이전에 내가 일일이 시간을 정하고 내가 정한 시간에 아이가 맞춰주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수지가 스스로 시간을 정하고 해 주니 나도 훨씬 더 편하다. 그리고 '엄마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수지가 '스스로 정한 시간'에 하게 되니 자주성과 자존감도 튼튼하게 성장해 가는 것 같다.


내가 억지로 아이의 시간을 정하고 하게 하는 것보다, 아이가 스스로 시간을 정하고 자기와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아이에게도 더 높은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어쩔 때는 내가 시계를 못 보고 다른 걸 하고 있으면, 수지가 자기가 정한 시간이 됐다고 나에게 말해준다. "엄마 긴 바늘이 3에 갔어 나 양치할래!" 이렇게 말이다. 이런 수지가 너무 기특하고 대견하다.


수지의 몸과 마음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수지는 점점 스스로 정하고, 주도적으로 하려는 게 많아진다. 부모나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려고 한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정말 뿌듯하다.


아직은 엄마의 손을 많이 필요로 하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씩 내 손에서 멀어져 가는 게 보인다.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하나 둘 많아진다. 새로운 것에 늘 호기심을 가지고 해보고 싶어 하는 것도 많아진다. 아이의 이런 성장을 보는 건 언제나 뭉클하고 감사하다.


그리고 시간을 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육아를 하는 모든 부분에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규칙을 정하고 아이에게 적용시키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지킬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 이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무언가를 해나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혹시 내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재촉하거나 조급해지 않고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바라봐주는 게 아이의 성장을 돕는 가장 좋은 밑거름이라는 생각을 한다.


부모의 인내와 믿음의 바탕 위에 아이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크고 작은 일상들이 하나 둘 쌓여, 아이의 삶을 단단하게 지탱해 줄 큰 힘이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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