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손길에 녹아내린 하루의 피로

웃음이 가득한 안마 시간

by 행복수집가

이사 준비로 짐정리 한다고 몸을 많이 썼던 날이었다.

이 날 저녁에 온몸이 다 뻐근하고 피곤했다.


너무 지친 나는, 거실에 앉아 놀고 있던 아이 앞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안마를 해달라고 아이에게 부탁했다.

수지가 유치원에서 배웠다며 가끔 안마를 해주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서 피로해소가 필요할 때 종종 안마를 요청한다. 특히 이날은 수지의 안마가 간절했다.


그런데 수지도 피곤했는지 싫다고 했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고 수지에게 계속 졸랐다.


“수지야 엄마 오늘 일을 너무 많이 해서 힘들어. 수지가 안마해 주면 힘이 날 것 같아.”


나의 이 말에 수지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 엄마가 수지한테 먼저 해줘 “


이제는 좀 컸다고 내가 시키는 대로 바로 해주지 않고 조건을 건다. 이제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생각도 잘하고 말도 잘한다.


어쨌든 나는 안마를 받고 싶은 마음에, 수지가 시킨 대로 내가 먼저 안마를 해주었다.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종아리를 조물조물 만져주니 수지는 간지럽다며 깔깔 웃었다. 그리고 다리를 주무르지 말고 통통 쳐달라고 해서 통통 두드려주었다. 그러니 시원하다는 듯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라 해도 많이 뛰고 걸은 날엔 다리가 아픈가 보다. 나에게 다리 마사지를 받으며 좋아하는 수지가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나는 수지의 발바닥도 주물러줬다. 그다음에 허벅지를 주물러주니 수지가 까르르 크게 웃으며 바닥에서 나뒹굴었다. 허벅지는 수지의 간지럼 포인트인데 허벅지만 주무르면 배꼽이 빠질 듯 크게 웃는다.


나는 그 웃음소리가 듣기 좋아서 일부러 허벅지만 계속 주물렀다. 수지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수지의 웃음소리를 들으니 이 날의 피로가 씻겨나가는 것 같았다. 아이의 웃음소리는 어떤 피로와 힘듦도 다 날아가게 하는 정말 맑고 유쾌한 소리다.


몸이 많이 지친 날이었는데, 해맑은 아이의 웃음이 나에게 상쾌한 에너지를 가득 안겨 주었다. 몸이 피곤하면 마음이 쳐지기 마련인데, 수지의 웃음소리는 지친 내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덕분에 기분이 완전히 환기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안마받을 차례가 되었다. 나는 바닥에 엎드렸다. 수지는 내 등뒤에 올라타고 작은 손으로 내 어깨를 조물조물 만지며 통통 두드려주었다.

그 손길이 너무 귀여웠다. 촉감이 귀엽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아이의 작은 손가락의 촉감이 내 어깨에 그대로 느껴지면서 내 온몸에 귀여운 에너지가 퍼졌다.


사실 수지의 안마가 나의 뭉친 근육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건 아니다. 그걸 기대한 것도 아니다. 그냥 아이의 손길을 느끼고 싶었다. 작은 손의 귀여운 촉감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피로가 풀어졌다.


전문 마사지사는 내 몸의 뭉친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준다면, 아이의 마사지는 피로로 뭉친 내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 준다.


우리는 마사지를 하는 동안 계속 웃었다. 웃음에도 하루치가 정해져 있다면, 이 날 저녁안마를 하며 그 하루치의 웃음을 다 웃은 것 같다.


이 날의 피로는 웃음으로 다 풀렸고, 마음엔 흐뭇한 행복만이 남았다. 따뜻하고 고마운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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