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항상 있는 행복을 온전히 누린 날
이번 어린이날, 우리 식구는 특별히 어딜 가진 않았고 집 근처에서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냈다.
우리 집은 4월 30일에 이사를 해서 5월 초에 집정리로 이리저리 분주했다. 그래서 이사로 인한 피로가 다 풀리지 않은 상태라, 어린이날 어디 멀리 놀러 가는 것보단 휴식하는 휴일을 가지기로 했다.
어린이날 오전, 우리는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러 나갔다. 이사 온 아파트 단지 공원이 이쁘게 잘 꾸며져 있어서 여유롭게 산책하고 싶었는데 그동안 이런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집정리가 다 돼서 산책할 여유가 생겼다. 이사를 오고 세 식구가 같이 산책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지금 집은 이전에 살던 아파트보다 더 고요하고 한적했다. 그리고 나무와 풀, 꽃들이 가득해서 아파트가 아니라 수목원이나 공원에 온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풍경만으로도 기분이 좋았고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와서 느끼는 설렘과 새로움이 마음을 더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부부는 천천히 산책을 더 하려고 했는데, 수지는 놀이터로 향했다. 우리 부부는 이럴 줄 알았다며 산책하던 발걸음을 놀이터에서 멈췄다.
수지는 미끄럼틀을 탔고, 나와 남편은 챙겨 간 캐치볼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하는 캐치볼이라 처음 몇 번은 내가 계속 공을 놓쳤다. 남편은 나에게 왜 이렇게 못하냐며 장난스레 말했는데, 몇 번 해보고 적응한 나는 곧바로 공을 잘 캐치해서 받았다. 남편과 주고받기가 되니 재미있었다.
그동안 이삿짐 정리 하는데 몸을 쓰다가, 캐치볼을 하며 운동으로 몸을 쓰니 몸이 가뿐해지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캐치볼을 하고 있으니 수지가 호기심을 가지며 우리 옆으로 왔다. 그리고 엄마 아빠를 응원하며 게임 중계를 했다. 우리 부부는 수지의 중계를 듣고 응원을 받으며 열심히 공을 잡고 던졌다.
한참 캐치볼을 재밌게 하다가, 남편이 던진 공에 내 눈위의 눈썹에 맞고 놀이는 끝났다. 그나마 작은 캐치볼 공이어서 다행이었다. 우리는 안전을 위해서 캐치볼을 종료했다.
이후에 수지는 우리 부부에게 닭싸움도 시키고 팔씨름도 시켰다. 유치원에서 해본 게임을 우리에게 다 시켜보는 것 같았다. 수지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한발 잡고 닭싸움도 해보고 팔씨름도 해봤다. 나랑 남편은 키랑 덩치 차이가 나서 당연히 서로 맞는 상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모든 게임은 나의 '패'로 짧게 끝났다. 하지만 아쉬움 하나 남지 않고 즐거움만 남는 시간이었다. 이런 게임을 얼마 만에 해본 건지, 오랜만에 아이처럼 웃으며 놀아본 것 같다. 아마 수지가 없었다면 우리 부부가 이런 게임을 해볼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항상 느끼지만 수지가 있어서 일상이 조금 더 즐겁다.
아이는 무채색 일상에 다채로운 색을 칠해주고 단조로운 일상을 조금 더 재밌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놀고 나서는 근처 맥도널드에 갔다.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먹으려고 간건데 마침 어린이날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수지도 그 이벤트에 참여했고 3등에 당첨돼서 작은 장난감 하나를 받았다. 생각지 못한 선물에 우리 가족 모두 기분이 좋았다. 수지는 특히 더 좋아했다.
맥도널드는 어린이들로 빈자리 하나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어린이날 행사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특별히 알고 온 게 아닌데, 마침 이벤트를 하고 있을 때 와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놀이터에서 수지와 남편이 같이 캐치볼을 했다. 번번이 공을 놓치는 수지였지만 그래도 공을 잡으러 다니는 수지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수지와 캐치볼을 하는 남편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 둘을 바라보는 내 얼굴에도 행복을 머금은 웃음이 번졌다.
이번 어린이날은 이렇게 평범하게 보냈다. 집 근처 산책을 하고 놀이터와 맥도널드에서 보낸 소소한 시간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웃고 즐거웠다.
꼭 어디 멀리 가지 않아도, 내 삶이 흐르는 이곳에서, 내가 매일 걷는 이 길과 매일 보는 풍경들 속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아이와 남편의 웃음소리 속에 이미 충분한 행복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곁에 항상 있다는 걸 또 한 번 느낀 소중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