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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덕분에 알게 된 요리의 행복

by 행복수집가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와 단둘이 저녁밥을 먹은 날이었다. 수지 밥을 먼저 챙겨주고 그다음에 내 식사를 챙겼다.


내가 옆에 앉으니 밥을 먹던 수지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엄마 요리 활동 재밌어? “


수지가 유치원에서 한 번씩 요리 활동을 하는데, 그 단어를 그대로 쓰면서 나에게 요리활동 재밌냐고 묻는 게 너무 귀여웠다. 일단 그 귀여움에 한차례 웃고 답했다.


“요리활동 재밌냐고? 음. 요리 조금 재밌어. “


사실 나는 요리를 잘 못한다. 어디 내놓을 실력은 절대 못되고, 결혼하고 나서야 조금씩 하면서 아주 간단한 것 몇 가지 정도 할 줄 아는 정도다. 요리를 잘 못하다 보니, 요리에 재미를 그리 느끼지도 않는다. 그래서 수지의 질문에 아주 재밌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재밌다’ 고 답했다.


수지는 내 대답을 듣고 “그럼 요리 많이 재미없어?”라고 물어봤다. 내가 조금 재밌다고 하니 그럼 많이 재미없다고 해석한 것 같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 엄마는 요리하는 거 행복해. 그리고 수지가 잘 먹어주면 제일 행복해!”


그리고 내가 수지에게 물어봤다.


“수지야 근데 왜 물어본 거야?”


“엄마 요리활동 힘들까 봐.”


세상에, 이렇게 또 감동을 준다. 수지는 점점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자라나는 것 같다. 이제는 엄마가 해주는 걸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걸 주기 위한 엄마의 노력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이렇게 마음이 성장해 가는 수지를 보며 뭉클한 행복을 느낀다.


이 날 저녁, 수지는 내가 차린 밥을 맛있게 잘 먹었다.

내가 만든 밥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을 보면 정말 행복하다. 이 날 하루가 다 고마워지는 저녁이었다.


그동안 요리하는 게 행복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해야 하니까 하는 일로 여겼다. 그런데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며, 엄마를 생각해 주는 아이 덕분에 요리에 스며있던 행복을 알게 됐다. 앞으로는 요리하는 시간이 조금 더 따뜻하고 행복하게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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