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택배 해프닝
오늘 아침 아이와 같이 등원을 하러 집을 나서면서, 문 앞에 택배 온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어제 도착했다고 연락 온 내 택배가 없었다.
나는 순간 일시정지 돼서 버벅 거렸다.
"어..? 어? 왜 없지?"
내가 시킨 택배는 책이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어 온라인 교보문고에서 주문했었다. 전 날 분명 도착했다고 문자와 사진을 받았는데 집 문 앞에 없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어제 남편이 문 앞에 택배 상자 쓰레기를 버렸는데 내 책도 같이 버렸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표정으로 있자, 수지가 나에게 엄마 왜 그러냐고 물었다.
"수지야, 엄마 택배가 없어. 문 앞에 있었는데 없어졌어. 아빠가 쓰레기 버리면서 같이 버렸나 봐. 어떡해"
"그래? 엄마 책이 쓰레기 돼서 썩었어?"
"응, 그런가 봐. 쓰레기 됐나봐. 이제 찾지도 못해. 엄마 속상해. 엄마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엄마 슬프겠다."
"응, 엄마 슬퍼. 어떡하지 수지야?"
"엄마, 그럼 다른 거 새로 사면 되지."
"또 사?"
"응. 사면되지. 엄마, 갖고 싶은 거 내가 다 사줄게."
책이 잘 못 버려진 줄 알고 속상한 마음에 조금 울적했는데, 갖고 싶은 거 다 사준다는 수지의 말에 구름이 꼈던 기분에 다시 해가 드리우는 것 같았다.
잃어버린 책을 사준다는 것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이런 마음을 아이가 가졌다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 마음은 따스한 햇살이 되어 내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주었다.
"응? 수지가 엄마 갖고 싶은 거 다 사준다고?"
"응!"
"수지는 돈 없잖앙."
난 이 와중에 너무나 현실적인 말을 했다. 돈 없는데 어떻게 사주냐고.
내 말에 수지는 이렇게 말했다.
"아빠 돈이 있잖아! 엄마 갖고 싶은 장난감도 사줄게."
이 말에 풉 하고 웃음이 나왔다.
자기는 돈이 없지만 아빠 돈으로 내가 사고 싶은 걸 다 사준다니. 너무 귀여운, 수지다운 생각이었다.
내가 갖고 싶은 걸 다 사준다는 수지의 말이 나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었다. 나에게 다 주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이 내 마음 전부를 가득 채워주는 것 같았다.
수지 덕분에 울적했던 기분은 사라지고 웃음을 되찾았다.
잃어버린 책은 이미 잃어버린 것이고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아쉽지만 그냥 받아들였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잃어버린 줄 알았던 책은, 내가 주소를 잘 못 입력해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이 집에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 순간 내가 착각하고 동은 지금 사는 집의 동을 적어놓고 호수는 이전 집 호수를 적어놔서 옆 라인 17층에 내 택배가 와있었다. 완전한 내 실수였다.
한편으론 책이 버려진 게 아니라 너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옆 라인에 잘 못 도착한 내 책은 남편이 나 대신 찾아주었다. 괜히 의심한 남편에게 미안했고, 또 고마웠다. (남편에겐 한 턱 쏘기로 했다 헤헷)
이렇게 택배분실 해프닝은 마무리되었다.
책을 찾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리고 가장 크게 얻은 건 수지의 마음이었다.
엄마가 갖고 싶은 걸 다 사주겠다는 수지의 따스한 마음이 내 마음의 모든 공간을 빈틈없이 채워주었다.
수지가 건넨 따스함을 마음에 든든하게 채우고 시작한 오늘 아침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감사하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