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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생신날 터진 커피폭탄

by 행복수집가

며칠 전, 친정아빠 생신이었다. 그래서 주말에 친정식구들과 같이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베이커리 카페에 가서 미리 예약해 놓은 케이크로 생신축하를 했다.


우리는 아이까지 여섯 명이었고, 1인 1 음료에 케이크까지 있으니 테이블이 빈틈없이 가득 찼다. 테이블이 좀 비좁았지만 그 상태에서 우리는 케이크도 나눠 먹고, 음료도 마셨다. 그런데 자리가 너무 좁아서였는지 친정 엄마가 실수로 앞에 있던 커피를 쏟았다.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컵 안엔 커피 양이 꽤 많았다. 그 커피를 다 쏟으니 테이블과 바닥은 커피로 흥건하게 다 젖었다. 식구들 모두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사장님께 말씀드렸고 뒷정리를 했다. 쏟은 커피는 깨끗이 닦았고 다행히 다른 피해는 없었다.


엄마는 평소에 워낙 조심성이 많고 꼼꼼해서 이런 실수를 한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엄마가 커피를 쏟는 실수를 하는 걸 보고, 우리는 그냥 한바탕 웃었다. '우리 엄마도 이런 실수를 하네. 빈틈 있어 좋다. 인간적이야.' 이런 이야기를 하며 소소하게 웃고 있었는데, 여기에 수지가 강력한 한방을 던졌다.


"할머니 커피 폭탄이야?!"


소소하게 웃고 있던 우리 가족은 수지의 이 말에 큰 웃음이 빵 하고 터졌다.


'커피폭탄' 이라니. 정말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었다.

수지도 이 말을 하고 웃기는지 깔깔 웃었다.


이 날 카페에서 우리는 '커피폭탄'이라는 주제로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엄마가 커피를 쏟은 실수에 대해, 누구 하나 불평하거나 핀잔주는 사람 없이 오히려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되었다. 그리고 평소에 이런 실수는 거의 안 하는 엄마도 실수를 한다는 것이 오히려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실수 안 하고 늘 조심하고 꼼꼼한 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사는 것도 마음이 꽤 무거울 것 같은데, 엄마는 이 날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엄마의 실수로 생긴 작은 빈틈에는 우리 가족의 웃음으로 가득 채워졌다. 이 웃음에는 수지의 '커피폭탄'이라는 한마디가 큰 역할을 했다. 아이 덕분에 더 크게 웃고 즐거워할 수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귀여운 말을, 맛있는 양념처럼 뿌리는 수지가 있어 자주 웃음꽃이 핀다. 늘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아이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순간은 늘 행복으로 충만하다.


아빠의 생신을 축하하며 모인 자리에서 커피 폭탄이 터진 이 날의 추억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잊지 못할 행복한 한 장면으로 내 마음에 남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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