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온이 많이 올라 낮에는 덥다. 그래서 내 옷차림도 가벼워졌고, 신발도 샌들을 신고 다녔다. 그런데 내가 잘 신고 다니던 하얀색 통굽 샌들은 어느 날 보니 굽 밑창이 반으로 쩍 갈라져 있었다.
이 상태로는 더 신을 수 없었다. 그래서 조금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겨우 2년 정도 신은 신발인데 벌써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조금 아팠다. 굽 밑창이 반으로 갈라진 건 퇴근 후 아이를 하원하러 가는 길에 발견했다. 그래서 다른 신발로 갈아 신지는 못하고 그냥 그 샌들을 신은 채 아이를 데리러 갔다.
나는 하원하는 수지를 반갑게 맞이하고 집에 같이 걸어갔다. 그리고 걸어가는 길에 수지에게 내 신발 이야기를 했다.
"수지야, 엄마 신발 밑이 이렇게 갈라졌어. 엄마 신발 이제 고장 나서 못 신어. 속상해 힝."
수지는 내 말을 듣고 "그럼 새로 사야겠네"라고 말했다. 나는 그래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는 별말 없이 다시 걸어가는데, 수지가 갑자기 "어, 이쁜 나뭇잎이다." 하더니 길가에 떨어진 노란 나뭇잎을 하나 주웠다. 그리고 그 나뭇잎을 나에게 선물이라고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 신발 찢어져서 속상하니까 주는 거야."
그 나뭇잎을 손에 받아 든 순간, 수지의 다정한 마음이 내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속상한 마음을 이쁜 나뭇잎으로 달래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아이의 마음이 너무 순수하고 이뻤다. 그 따뜻한 마음이 내 마음을 어루만지며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그 나뭇잎과 함께 조금 전까지 속상했던 마음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비록 신발은 갈라져서 버리게 됐지만, 아이의 따뜻함 덕분에 내 마음은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이렇게 고운 마음을 가진 아이와 함께하면서, 내 마음도 그 따뜻함에 물들어 하루하루 이쁜 빛깔로 물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