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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순수를 깨우는 아이의 말

by 행복수집가

하루는 아침에 아이가 일어나자마자, 한쪽 허벅지를 긁으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쁜 세균들이 수지 다리에 도장을 콕콕 찍고 있는 거 아니야? “


나는 이 말이 너무 귀여워서 대답을 하기도 전에 웃음이 먼저 나왔다. 이 말은 모기에 물려서 가렵다는 표현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그냥 가렵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나쁜 세균들이 다리에 도장을 찍는다며 어른인 내가 듣기에 너무나 시적인 표현이어서 감탄이 나왔다.


그리고 아이가 긁고 있는 부위를 보니 벌겋게 부어있었다. 꽤 많은 세균들이 도장을 찍은 것 같다. 모기에 물린 데에는 연고를 발라주며 나쁜 세균들이 더 이상 도장을 찍지 못하도록 막아주었다.


아이를 통해 내 언어세계가 더 확장되어 가는 것 같다. 순수한 시선으로 모든 걸 바라보는 아이는 나에게 스승이 되기도 한다. 아이에게서 배울 점이 참 많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나도, 이렇게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지 않았을까. 아이를 통해,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순수가 다시 깨어나는 것 같다.


아이의 말은, 내 마음의 모든 감각들을 하나씩 깨워주는 것 같다. 특히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아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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