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원하고 집에 온 후, 나는 샤워를 하려고 안방 욕실로 갔다. 그리고 무심코 거울을 봤는데 내가 입은 상의에 무언가 붙어 있었다. 흠칫 놀라서 자세히 보니, 날개가 달린 정체 모를 벌레였다. 그냥 작은 벌레가 아니라 꽤 큰 벌레였다.
벌레를 보고 너무 놀란 나는 "아아아악" 하고 소리를 질렀고, 내 비명소리를 듣고 거실에 있던 수지가 달려왔다.
"엄마 왜?"라고 묻는 수지에게 "수지야, 엄마 옷에 벌레가 붙었어! 아아아악!" 하며 손으로 급하게 벌레를 털어냈다. 내가 손으로 털어낸 벌레는 화장실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얼른 잡아야 할 것 같아서 일단 휴지로 눌러 놓았다. 나는 수지에게 "수지야, 아빠한테 벌레 나왔다고 말해줘"라고 부탁했고, 수지는 아빠에게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때 남편은 거실 화장실에 있었는데, 수지의 부름에 서둘러 안방으로 와서 벌레를 완전히 잡아주었고, 그렇게 벌레 소동은 마무리되었다.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내 옆에 있던 수지에게 "수지야 엄마 너무 놀랐어~"라고 말했다.
그런데 수지는 벌레를 보고 놀란 내 반응이 웃기는지, 날 보고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엄마, 벌레가 엄마한테 왜 붙었는지 알아?"
"왜?"
"엄마가 이뻐서 그래."
수지의 이 말에 웃음이 터졌다. 벌레 보고 놀랐던 가슴이 수지의 말을 듣고 완전히 진정되는 것 같았다.
내가 이뻐서 벌레가 온 거라니. 그 말을 생각하니, 나에게 붙은 벌레가 꼭 징그럽기만 한 건 아니었다.
수지의 말 한마디에 신기하게 기분이 좋아지고 긴장이 풀어졌다.
이게 아이가 생각을 전환하는 방법일까. 수지는 벌레가 옷에 붙은 이 작은 일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거기에 이쁜 의미를 담는다.
아이의 말 한마디로 순식간에 기분전환이 됐다.
이게 바로 순수한 마음을 지닌 아이의 힘인 것 같다.
나중에 혹시 또 벌레가 옷에 붙으면 수지가 한 말이 생각나 웃음이 날 것 같다.
'내가 이뻐서 벌레가 붙었구나!'
그러면 조금은 덜 놀라면서, 살포시 떼어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또 하나 기분 좋았던 건, 수지가 '엄마가 이뻐서'라고 해준 말이었다. 수지 눈에 내가 이쁜 엄마로 보인다는 게 기분이 참 좋다.
이렇게 벌레가 옷에 붙은 일 하나도 웃을 수 있는 이쁜 추억으로 바꿔주는 아이가 있어서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