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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보여준 가장 따뜻한 달

"달을 보면 안아플거야" 라는 아이의 위로

by 행복수집가

지난 며칠 동안 두통이 계속 됐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체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고, 약을 먹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저녁,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겨우 집안일을 마친 뒤 거실 매트 위에 누웠다. 그때 거실에서 놀고 있던 수지는 나에게 같이 놀자고 했다. 나는 머리가 아파서 도저히 같이 놀 수 없었다.


그래서 "수지야 엄마 머리가 아파."라고 말했다.


아이에게 아프다고 말하는 게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건강하고 좋은 컨디션으로 아이랑 재밌게 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게 좀 미안하기도 했다.


수지는 머리가 아프다는 내 말에 조용히 내 이마를 짚어주었다. 그리고 더 이상 놀자고 조르지 않았고, 내가 조용히 쉴 수 있도록 그냥 누워 있게 두었다.


수지는 내가 자기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듯이, 혼자서도 잘 놀아 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그렇게 한참 잘 놀던 수지가 갑자기 창밖을 한 번 보더니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 엄마가 좋아하는 달이다! 엄마, 저기 달 보면 머리 안 아플 거야."


달을 보고 매우 반기며 밝게 말하는 수지의 목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 "엄마, 달 보면 머리 안 아플 거야"라는 이 순수한 말이 내 마음에 깊이 꽂혔다.

이 말 한마디가 나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창밖으로 달을 보기도 전에, 이미 내 눈앞에 아름다운 달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는 듯했다.


수지는 내가 평소에 달을 볼 때마다 좋아했던 것을 기억하고, 하늘에 달이 보일 때마다 '엄마 달이다!' 하고 알려줬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달을 보는 것보다, 달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수지의 이쁜 마음이 더 좋았다. 달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그걸 보여주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이번에도 머리가 아파 누워 있는 엄마에게, "엄마가 좋아하는 달을 보면 안 아플 거야"라고 해주는 그 마음이 너무 이뻐서, 그 말만으로도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이 날따라 하늘에 달은 유난히 더 아름다웠다. 아이랑 같이 저녁 하늘에 뜬 달을 바라보는 순간이 좋았다.

달을 보고 있으니, 정말 나를 괴롭히던 두통도 서서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통증이 사라진 자리엔 아이의 따뜻한 사랑이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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