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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엄마에게 아이가 건네는 힘

아이는 나의 에너지

by 행복수집가

지난 주말에는 너무 더워서 어디 멀리 나가진 았았고, 점심에 외식하러 집 앞에 잠시 나갔다가 들어왔다.

그냥 잠깐 걷고, 밥만 먹고 온 건데도 폭염 속 뜨거운 공기를 한껏 받고 나니, 집에 오자마자 온몸이 축 늘어질 정도로 피곤했다.


몸은 천근만근에, 눈도 아프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참 나약한 몸뚱이다. 남편도 더위에 지쳐서 힘들어했다. 우리 세 식구 중에 유일하게 쌩쌩한 건 수지뿐이었다.


결국 나는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방에 들어가, 침대 위에 누웠다. 조금 누워 있다 보니 잠이 쏟아져서 곧 잠이 들려고 하는데, 수지가 날 보러 방에 들어왔다.


난 수지가 온 건 봤지만,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서 눈이 저절로 감겨버렸다. 그런데 막 잠이 들려고 하는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수지의 손길을 느꼈다. 그리고 암막커튼도 쳐줬다. 눈은 감고 있었지만 소리로 알 수 있었다. 수지가 암막커튼을 치는 순간, 햇살로 밝았던 방이 밤처럼 어두워졌다. 그다음 수지는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갔다.


수지는 내가 편안히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그 덕분에 난 곧바로 단잠에 빠졌다. 내가 자는 동안 수지는 아빠랑 놀다가 아빠가 오후에 출근하자, 나에게 왔고 그 때 난 잠에서 깼다. 그리 오래 자진 않았지만 낮잠을 조금 자고 나니 체력이 다시 회복된 것 같았다.


그러나 잠이 덜 깬 나는 바로 일어나지는 못했다.

수지는 여전히 누워 있는 엄마에게 일어나라고 재촉하지도 않고 그냥 내 옆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수지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엄마는 너무 피곤해서 졸렸는데, 수지는 어떻게 잠도 안 자고 이렇게 쌩쌩해?"


"나는 건전지가 많이 있어서 그래."


수지의 기막힌 이 말에 웃음이 나왔다. 건전지가 많아서 그렇다니. 정말 딱 맞는 표현이었다.


"그렇구나, 맞아! 수지는 건전지가 많고 엄마는 조금밖에 없어어엉."


이렇게 얘기를 하고 나서, 수지는 나에게 힘내라고 뽀뽀도 해주고, 자기가 날 업어주겠다며 등을 보였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애교를 부리고 이쁜 짓을 하는데 안 일어날 수가 없다. 수지 덕분에 잘 잤고, 수지 덕분에 힘을 내서 일어났다.


내 건전지 충전은 수지가 시켜주는 것 같다. 건전지가 얼마 없어 금방 지치는 나에게, 수지는 내가 급속충전 할 수 있도록 힘을 불어 넣어주는 존재 같다. 이런 수지가 있어서 나는 방전되지 않고 매일 새로운 힘을 충전한다.


아이는 정말 내가 살아가는 큰 힘이자 기쁨이다.

이런 힘과 기쁨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하루하루가 그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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