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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뜻을 알게 된 아이가 한 말

조금씩 커지고 있는 아이의 마음 그릇

by 행복수집가

하루는 아이와 함께 '기분이 어때?'라는 동요를 불렀다.

이 노래는 '기분이 어때, 기분이 어때? 좋아요 좋아요~"라고 하며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해 준다.


나는 수지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기분에 대한 대답을 번갈아 주고받았다. 주로 "즐거워, 신나요, 재밌어, 슬퍼요, 화나요" 같은 익숙한 감정들을 이이기 했는데, 문득 '외로운' 감정이 떠올랐다. 그래서 내 차례가 됐을 때 "외로워 외로워"하고 대답했다.


이 대답을 들은 수지가 갑자기 노래를 멈추고 나에게 물었다.


"엄마 '외로워'가 뭐야?"


"아무도 없이 혼자라서 슬픈 거야."


"엄마 아빠도 없어?"


"응."


"그 기분은 안 할래. 너무 불쌍해."


수지의 대답을 듣고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외로움이란 의미를 알게 된 수지가 그 감정을 이해하는 듯 보였고, 슬퍼했다.


이 모습을 보며, 수지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감정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픔에도 함께 아파하고 연민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감각이 한층 더 세심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수지를 보며 '벌써 이만큼 마음이 성장했구나' 싶어 뭉클했다.


이제 수지는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무엇이든 말로 표현할 수 있다. 그만큼 감정의 폭이 넓어졌고, 표현할 수 있는 말도 많아졌다. 그리고 타인과 대화하며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깊이 또한 한층 더 깊어졌다.


아이의 마음 그릇이 점점 넓어져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 경이롭고 감동적이다.


자기 기분을 그저 울음과 소리로만 표현하던 작았던 아이가, 어느새 이렇게 자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말로 전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이해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나도 이런 수지와 대화하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무척 행복하다.


이제 수지는 나에게 단순히 '딸'이라는 의미를 넘어, 때로는 친한 친구 같기도 하고 누구보다 나를 깊이 이해해 주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어떤 날은 아이의 단순한 한마디에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내가 지쳐 있을 땐 조용히 나를 위로해 주며 따뜻한 힘을 나눠준다.


아이와 이런 시간을 보내며 마음에 온기가 깃든다는 것을 느낀다. 그 온기는 내 삶을 한층 더 밝게 비춰주는 빛이 된다.


아이가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참 행복하다. 이런 아이와 함께하며, 나 또한 엄마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조금씩 더 따뜻하게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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