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방학한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남편이 3일 연달아 아이를 돌봐준 덕분에 난 평소처럼 출근을 했다.
그런데 수지 방학과 동시에 시작된 남편의 감기몸살이 아직 다 낫지 않아서,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출근 후 점심시간에 남편에게 전화해서 몸상태가 어떤지 물어봤다. 남편은 이제 좀 나아졌다며 지금 씻으러 간다고 수지에게 전화를 바꿔주었다.
핸드폰 너머로 남편이 수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수지야 엄마 전화야. 엄마랑 얘기해 봐."
잠시 후 수지가 "왜?" 하며 전화를 받았다.
나는 전화로 듣는 수지 목소리가 너무 반가워서 크게 "수지~!" 하고 불렀다. 그런데 수지는 담담하게 "왜?"라고 했다. 그 반응이 살짝 서운해서, "수지야, 엄마라고 해야지~"라고 했더니 "엄마 왜?"라고 다시 대답했다. 반가워하는 엄마와 달리 너무 담담한 수지반응이 웃겨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우리는 대화를 이어갔다.
"수지 뭐 하고 있었어?"
"나 색종이도 사고 파스타도 먹으려고 옷 입었어."
"그래? 무슨 옷 입었어?"
"줄무늬 있는 시원하는 거. 하얀색 파란색 옷."
(수지는 시원한 거를 시원하'는'거라고 말하는데, 이 말이 너무 귀여워서 큭큭 웃었다.)
"아 그거? 이쁜 거 입었네~"
"엄마는 어디야?"
"엄마는 회사지~"
"아~ 나 엄마 보여!"
"엥? 엄마가 보여?"
"나 엄마 회사도 보여! 꺄하하"
수지는 뜬금없이 내가 보인다고 말하고서는 깔깔 웃었다. 이 웃음소리가 너무 유쾌해서 나도 같이 크게 웃었다. 수지의 목소리랑 웃음소리만 들어도 마음 깊은 곳까지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한결 밝아지고 기분도 좋아졌다.
그리고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수지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5분만 와."
이 말은 '엄마, 5분만 있다가 와'라는 말이다.
난 웃으며 "알겠어 엄마 빨리 갈게~ 나중에 봐~" 인사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수지가 남긴 귀여운 여운이 한참 동안 내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수지가 '5분만 와'라고 한 말이 계속 떠올랐다.
집에서 아빠랑 함께 있으면서도 엄마가 없으니 허전한지,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수지의 마음이 뭉클하게 느껴졌다.
방학 중 어느 날 하루는, 수지 기분이 유난히 좋아 보여서 "기분이 왜 이렇게 좋아?" 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수지는 "엄마 오랜만에 봐서"라고 했다.
이 한마디에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아침에 출근한 엄마를 오후에 보는 게 오랜만인 것처럼 반갑고 좋았나 보다.
이렇게 엄마를 좋아하는 수지의 마음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아이의 사랑 덕분에 내 마음에 항상 온기가 있는 것 같다.아이에게 사랑받는 기분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행복하다. 오늘도 아이 덕분에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