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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나뭇잎에서 발견한 행복

by 행복수집가

밤새 비가 많이 내린 다음날 아침, 아이와 함께하는 등원길이었다. 전날 내린 비 때문인지 길바닥에 나뭇잎들이 떨어져 있었다. 나뭇잎들은 비에 젖어서 땅에 달라붙어 있었다.


수지는 걷다가 땅에 붙은 나뭇잎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어, 엄마! 나뭇잎이 땅에 붙어 있어! 나뭇잎 그림을 그려 놓은 것 같아!"


수지는 바스락 거리지 않고 마치 땅에 풀로 붙여놓은 듯한 나뭇잎을 보더니, 그림 같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나뭇잎이 입체감없이 땅에 딱 달라붙어 있어서, 정말 그림처럼 보이기도 했다.


땅에 붙어 있는 나뭇잎을 보고 그림 같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아이 덕분에 또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네, 정말 그림 그려놓은 것 같네." 하며 나는 나뭇잎을 한번 더 쳐다봤다. 비가 만들어놓은 나뭇잎 그림이 새삼 더 예쁘게 느껴졌다.


이 날 예쁜 나뭇잎 그림을 보고 등원하는 수지는 조금 더 신났다. 콩콩 거리면 신나게 걷는 수지 옆에서 나도 조금 더 즐거웠다.




그리고 어제저녁, 외식을 하러 차를 타고 가던 중에 수지가 갑자기 "꺄하하"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 여기 봐봐! 차에 나뭇잎이 붙어있어!"


그 말에 창밖을 보니, 수지가 앉은자리 창문 쪽에 나뭇잎 하나가 붙어 있었다. 수지는 차에 붙은 나뭇잎이 그리도 재미있는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나는 차에 붙은 나뭇잎이 그리 재미있진 않았지만, 그걸 보며 즐겁게 웃는 수지 덕분에 나도 함께 크게 웃었다.


"수지야, 차에 나뭇잎이 붙은 게 그렇게 재밌어?"


수지는 내 질문의 대답을 웃음으로 대신했다.


나뭇잎 하나가 아이를 이렇게 즐겁게 한다.

차에 나뭇잎 붙은 게 이렇게 크게 웃을 일이라니.




아이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흥미롭고 즐겁다.

소소하고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어디에서든 웃음과 즐거움을 찾아낸다.


아이는 참 쉽게, 자주 웃는다.

쉽게 웃는 아이 곁에 있으니 나도 웃음이 쉽게 나온다.

자주 웃는 아이 옆에서 나도 더 자주 웃는다.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함께 즐거워진다.


이런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나에게 소중한 행복이다.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통해, 나도 작은 기쁨들을 다시 발견한다. 땅에 떨어진 나뭇잎 하나, 차에 붙은 나뭇잎 하나로도 특별한 추억을 만든다. 이런 하루가 쌓이고, 웃음이 쌓여 이 시간들의 행복이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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