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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맞이하는 마음

by 행복수집가

길고 길었던 폭염이 드디어 물러간 것 같다. 이제는 한결 선선해진 날씨 속에서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나무도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주변 풍경이 차츰 가을 빛으로 물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올여름은 유난히 폭염이 길게 이어져서인지, 이렇게 선선한 가을이 온 게 더없이 반갑다.


그동안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점심시간에 길게 산책하기가 어려워, 근처 카페에 들어가 잠시 책만 읽고 나왔다. 그런데 이제는 점심시간 내내 밖에 머물러도 될만큼 시원해졌다.


어제는 선선해진 가을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서 테이블이 있는 야외 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선선한 바람이 부드럽게 피부를 스쳐가니 기분도 한결 좋아졌다. 여름 내내 요란하게 울어대던 매미소리 대신, 이제는 잔잔한 풀벌레 소리가 귓가를 채운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고요한 자연의 소리들은 내 마음까지 평온하게 만들어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자연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지는 걸 느낀다. 이게 바로 자연의 힘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매일 산책하며 마주하는풍경인데도 이 감정은 늘 새롭고, 느낄때마다 참 좋다.


내가 앉아 있던 벤치 근처에는 초등학교가 있었는데,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전혀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활기차고 밝은 기운이 내 안까지 가득 전해지는 것 같았다.

이 날의 하늘은 유난히도 맑았다. 푸른빛이 선명한 하늘 아래, 여름날의 짙은 초록에서 한층 연해진 나뭇잎과 노랗게 물들어가는 잎들이 어우러진 풍경을 바라보니, 마치 내가 다른 세상에 와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풍경 속에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마음이 행복으로 가득 찼다. 입밖으로 '아 좋다' 라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그렇게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온전히 만끽하며 책을 읽었다.


여름 내내 바로 이런 순간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던 것 같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차분한 가을 풍경을 바라보고, 좋아하는 책을 읽는 그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그 짧은 시간은 내 기분도, 마음도, 생각도 완전히 환기 시켜주었다. 계절의 변하듯 나 또한 조금은 새롭게 변해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을 온 마음으로 깊이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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