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고요 속에서 누리는 행복
나는 하루 중 점심시간만큼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 비록 1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며 나만의 고요 속에 머문다. 그 고요를 누리는 방법은 혼자 산책을 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책을 읽으며 사색에 잠기는 것이다.
요즘은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해졌다. 한참 더울 때는 시원한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책을 챙겨 야외 벤치로 향한다.
'오늘은 어느 벤치에서 읽을까' 하는 고민은 나만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회사 주변에는 아파트 단지도 많고, 강변 산책로도 있고, 공원도 있어 각기 다른 분위기의 벤치들이 많이 있다.
나는 벤치의 모양과 위치, 주변 풍경을 고려해서 조용히 책 읽기 좋은 자리를 정한다. 그렇게 나만의 기준을 세워 독서할 벤치를 찾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자주 가게 되는 벤치들이 생겼다. 평소에는 그냥 스쳐 지나가던 벤치였는데, 혼자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눈에 들어오고, 마음이 끌리는 벤치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벤치를 고를 때는 나름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등받이가 있어야 함.
둘째, 그늘에 있어야 함.
셋째, 자연 속에 있어야 함.
이 조건들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자세히 찾아보면 이 조건을 다 충족하는 벤치가 생각보다 잘 없다. 등받이가 없는 벤치도 꽤 많고, 등받이가 있어도 그늘이 아닌 땡볕 아래에 벤치가 있는 경우도 꽤 많다.
그래서 나는 독서할 벤치를 찾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벤치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그렇게 찾아낸 벤치들은 나만의 작은 아지트가 되어, 고요히 머무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며칠 전에는 회사 앞 강변 산책로 건너편에 있는 공원에 갔다. 그곳으로 가려면 강 위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야 했다. 나는 한발 한발 조심스레 징검다리에 딛으며 강을 건넜다. 강물 가까이 다가가니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귓가에 크게 들렸다. 그 물소리를 듣고 있으니 마치 계곡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징검다리를 건너는 데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건너편 공원에 도착했다. 그곳은 사람도 없고 매우 한적하며 고요했다. 징검다리 하나만 건너면 올 수 있는 곳인데도, 그동안 다리 하나 건너는 게 귀찮아서 와보지 않았던 것이 조금 후회될 정도로 참 좋았다.
아무도 없는 이 공원을 온전히 혼자 누릴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만이 들리는 이 공원이 마치 모두 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등받이가 있는 그네 벤치에 앉았다. 이 날은 생각보다 기온이 높아 벤치가 조금 뜨겁긴 했지만, 혼자서 고요히 이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엉덩이가 조금 뜨거운 것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
벤치에 앉아서 앞을 보니 아름다운 풍경이 내 눈과 마음에 가득 들어왔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행복으로 가득 차올랐다.
풍경을 잠시 음미한 뒤, '아, 너무 좋다' 하고 조용히 말하며 책을 꺼내 들었다.
요즘은 이슬아 작가의 신간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를 읽고 있는데 정말 재미있다. 읽다 보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아 그렇지' 하고 깨닫기도 하고, '그렇구나' 하며 배우기도 하면서 푹 빠져들게 된다. 좋은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도 새로워지며 생각의 전환이 된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좋은 책과 함께 좋아하는 그린티라떼를 마시는 이 순간이 더없이 행복했다.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면 한 폭의 그림 같은 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이곳에 다 있었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충만하게 행복했다.
내 주변은 고요했지만, 은은한 풀벌레 소리와 새소리,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자연의 소리로 가득했다. 그 소리들은 마치 평화로운 음악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이렇게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으니, 행복한 마음이 한층 더 풍성해졌다.
여러 사람들의 소리가 가득한 곳을 벗어나, 핸드폰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알람을 벗어나, 보고 싶지 않은 불필요한 정보로 가득한 SNS를 벗어나, 오롯이 나만의 고요에 머무르는 이 시간은 내 마음과 행복을 지키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 시간 속에서 누리는 행복이 내 하루를 더욱 충만하게 만들고, 이런 하루들이 쌓여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 나는 이 시간이 정말 좋다.
독서하기 좋은 이 계절, 자연 속에서 벤치에 앉아 책을 즐기며 마음껏 풍요로운 날들을 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