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
나는 점심시간마다 산책하는 걸 좋아하지만, 이번 여름은 폭염이 심해 한 낮 산책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사무실에만 계속 있기는 싫어서 근처 카페에 가거나 서점에 들렀다. 그렇게 오가는 길에 잠시 걷는 걸 산책 삼았다.
회사 바로 앞에는 정말 아름다운 강변 산책길이 있다. 이게 내가 회사에서 누리는 가장 큰 복지가 아닐까 싶다. 물론 회사가 직접 제공하는 복지는 아니지만,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도 복지라면 복지다. 사계절의 변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산책길이 회사 앞에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내 삶의 질이 높아진다.
이 산책로를 걸을 때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 감사는 곧 '내가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로 이어진다. 산책은 나에게 삶 그 자체에 감사하는 마음을 선물해 준다.
자연이 주는 충만함과 평안함이 참 좋다. 자연은 고요한 듯 하지만 끊임없이 크고 작은 소리들을 내고 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 나뭇잎이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 새가 나뭇잎 위를 쫑쫑 걸어 다니며 내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 등. 이런 여러 소리들이 하나의 협주곡처럼 어우러져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준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며 걷다 보면, 의미 없이 떠오르던 잡생각들은 사라지고 마음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사유와 감정들이 고요히 올라오기도 한다.
이 생각들은 스쳐 지나가듯 흩어지기도 하고, 잠시 떠올랐다가 그냥 흘러가기도 한다. 나는 그 생각들을 애써 붙잡거나 주워 담지 않는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라지는 대로 둔다.
그 과정 속에서 묘한 편안함과 해방감을 느낀다. 내 생각과 감정을 억지로 조절하려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찾아오는 자유로움, 그것을 자연 속에서 온전히 마주한다.
산책은 부산하고 혼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히 나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문득 스쳐가는 생각과 느낌, 감정들이 내가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하고, 삶의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그 감각이 나를 무척 행복하게 한다.
그래서 아무리 더운 여름날이라도 산책은 포기할 수 없다. 자연 속에서 잠시 걷는 시간을 통해, 나 자신을 만나고 살아있음의 기쁨을 온전히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