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순수를 깨워주는 아이

등하원길, 아이와 나누는 순수한 이야기

by 행복수집가

요즘 수지는 유치원에서 공룡을 배우고 있어서 자주 공룡이야기를 했는데, 며칠 전 등원길에도 공룡 이야기를 했다.


"엄마 공룡은 화산폭발해서 사라졌어."

"엄마 공룡은 땅에서 살았어?"

"공룡 집은 땅이야?"

"지금 땅 속에 있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에 나는 웃으며 "그렇구나, 그런가 보다, 맞아." 하고 공감해 주며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지금 땅 속에 공룡이 있냐"는 수지의 물음에 나는 없다고 했는데, 수지는 땅 위를 콩콩 몇 번 뛰더니 "땅이 딱딱해서 공룡 같아"라고 말했다. 딱딱한 땅도 공룡처럼 느끼는 수지가 참 귀여웠다.


"엄마 프테라노돈은 나쁜 연기를 마셔서 사라졌데."

(수지는 공룡 중에서 프테라노돈을 가장 좋아한다.)


"나는 프테라노돈 뒤에 타고날 거야. 엄마도 탈래?"

이 물음에 "엄마는 너무 커서 못 탈 것 같아. 떨어지면 어떡해?" 하고 답했다. 수지는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프테라노돈 꼬리가 길어서 미끄럼틀 타면 되겠다."

(실제 프테라노돈은 꼬리가 길지는 않다.)


하늘을 못나는 대신, 프테라노돈 꼬리로 미끄럼틀을 타면 되겠다는 참신하고 귀여운 말에 웃음이 나왔다.


우리는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내내 공룡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아이가 상상하고 꿈꾸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즐거웠다.


유치원에서 호기심 가득 가지고 공룡을 배우고 와서 신나게 이야기해 주는 수지가 기특했고, 무척 사랑스러웠다.


눈을 반짝이며 공룡이야기를 하는 수지를 보는 내 눈도 반짝였다. 수지가 아니었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공룡 이야기를 많이 할 일이 있었을까. 아이가 공룡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공룡 이름을 알게 되고, 공룡에 관심도 가지게 되었다.


수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행복했다. 수지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 마음도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순수한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순수함이 깨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 수지와 함께 이야기하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


아이는 내가 평소에 떠올리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른인 나는 좀처럼 스스로 새로운 생각을 잘 안 하게 되는데, 이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을 품고 있는 순수한 아이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 머리와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이런 아이와 함께하는 날들이 참 즐겁고 행복하다.

오늘 하원길에는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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