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에서도 독서와 글쓰기를 매일 하는 이유

나에게 온전히 몰입하는 시간

by 행복수집가

아이가 입원한지 4일째다. 열이 내리지 않고 매일 하루에 두세 번 열이 오른다. 열이 나면 수지는 축 처진다. 몸이 뜨거워진 채로 잠시 누워 있다가, 링거로 해열제가 들어가면 그제야 열이 좀 내린다. 이것의 반복이다.


어린아이들이 입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열 때문이다. 아이들은 각자 다른 바이러스를 가지고 다른 원인으로 입원하지만 공통적인 증상은 열이 계속 난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몸살이 나거나 열이 나면 하루 정도 누워서 약 먹고 쉬면 좋아지는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수지도 좀처럼 열이 잡히지 않아 오늘 두 번의 해열제를 맞았다. 그리고 퇴원도 늦어지고 있다.


열이 안 날 때는 컨디션이 조금 좋아져서 잘 놀기도 한다. 잘 논다고 해도, 평소 에너지의 반의반도 안되는 상태다.


이런 컨디션이다 보니 아이가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고 싶어할 땐 유튜브 영상을 본다. 그런데 이것도 오래 보면 수지도 지겨워하고, 나도 오래 보게 놔두진 않는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수지가 좀 재밌어할까 생각하다 보니 방 안에서 할 수 있는 몇 가지 놀이가 탄생되었다. 몸으로 놀아주기도 하고, 인형놀이를 하는 등 이것저것 하며 시간을 보낸다.


집에 있을 때는 내가 집안일에 이것저것 할 일이 많다 보니, 진득하게 아이 곁에 앉아서 같이 무언가를 같이 하거나 놀아주는 시간이 그리 많진 않다. 그런데 병원에서 다른 할 일 없이 하루 종일 아이와 붙어 있다 보니 아이와 둘이 무언가를 같이 하게 된다.


수지와 이렇게 며칠 동안 하루 종일 붙어 있는 시간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비록 이유가 입원이라 좀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병원에 있는 동안은 수지에게만 집중하게 되니, 이 시간도 아이와 가까워지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집중해야 하는 병원생활에, 나에 대한 집중도 잊지 않는다. 아이에게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아이만 챙긴다. 그리고 수지가 영상을 보는 시간에 나는 책을 읽는다. 병원생활이 확정되는 순간부터, ‘이번에 병원에 들어가면 책을 많이 봐야겠다’ 고 이미 작정했다.


독서는 내가 매일 하는 일상의 루틴이기도 하고, 책을 안 읽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 몇 페이지를 읽든 매일 꼭 읽는다.


나는 한 번에 한 권의 책만 읽는 게 아니라,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같이 읽는다. 개인적으로 이 방법이 나에게 잘 맞다.


이렇게 하니 독서량도 더 많이 늘었다. 지금 보고 있는 이 한 권 다 보고 다른 책 읽어야지 하면 어쩔 땐 억지로 의무감에 그 책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 게 불편하고, 진도가 잘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두세 권의 책을 번갈아 가면서 동시에 보니, 지루함 없이 보게 된다.


한 책을 읽을 때 상황이 허락하는 한에서 읽고 싶은 데까지 읽는다. 그러다가 이제 그만 읽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면 내려놓고, 그다음번에는 다른 책을 읽는다. 이렇게 여러 권의 책을 번갈아 가며 읽는다.


유독 잘 읽히는 책이 있으면 그 책만 읽기도 한다. 책 읽는 순서에 어떤 법을 정해두지 않고 그냥 내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읽는다. 이렇게 한다고 책에 몰입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잘 된다. 다양한 맛을 다채롭게 보는 것 같아 독서가 더 맛있다고나 할까.


책을 읽으면서는 중요하다고 여기거나 와닿은 문구들에 체크를 해두는데, 다 읽고 나면 체크해둔 문구 필사를 한다. 그리고 필사하면서 들어지는 생각을 바로 기록하기도 한다.


독서기록을 해두면 시간이 지나서 기록한 걸 다시 읽을 때 이전에는 못 느낀 감정을 새로 느끼거나,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내 마음의 양식이 든든히 채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병원생활에서도 틈틈이 독서를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 책을 읽는 동안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수지가 날 찾으면 바로 책을 덮고 아이에게 집중한다. 그러다가 아이가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으면 난 책에 집중했다.


이렇게 해서 책을 읽다 보니 병실에서 지낸 3일 동안 원래 읽고 있던 책 두 권을 다 읽었고, 오늘부터 새로 읽기 시작한 최재천 교수님의 ’최재천의 공부‘를 반 이상 읽었다. 틈틈이의 시간이 모이면 그 양이 매우 커진다.




내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며 나를 챙기다 보니, 아이를 돌보는 것에 대해서도 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대하게 되고, 병실생활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올해만 수지 입원이 벌써 3번째인데, 이전에 입원했을 때는 지금 같은 마음이 아니었다.


수지가 처음 입원했던 올해 초는 몸과 마음이 매우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아이 입원 경험이 처음이기도 했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병실 안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갇혀있는 것 같아 정말 힘들었다.


그땐 병원생활이 힘들고 답답하니, 부정적인 마음이 생기고, 그 영향이 아이에게도 전달이 되었던 것 같다. 그때는 수지도 정말 힘들어했다. 이때는 블로그에 글을 쓰기 이전이었다.


그런데 블로그에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 5월경에 수지가 입원했을 땐 처음 때보단 좀 더 적응을 빨리하기도 했고 마음이 덜 힘들었다.


그때도 입원 기록을 블로그에 남겼는데, 아이가 입원한 경험 또한 내 삶에 소중한 경험이란 생각을 하며 글을 쓴 것 같다. 그리고 좀 더 긍정적인 눈으로 그 상황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때는 병실에서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글만 써도 나에게 큰 위안과 힘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 세 번째 입원에서는 글쓰기도 하고 책도 읽었다. 낮에는 틈만 나면 책을 읽고, 아이가 잠든 저녁에는 방 불은 끄고 화장실 불만 켜서, 화장실 문을 살짝 열어두었다. 문 사이로 들어오는 화장실 불빛 아래에서 병실의 작은 책상을 앞에 놓고 글을 썼다.


그래서 이틀 동안 입원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그 시간이 나에게 너무 소중하고 행복했다.


집이나 병원이나, 아이가 잠든 후는 오로지 내 시간이다. 내가 나를 챙기고 돌아보며,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시간이다.


집에서 늘 해오던 루틴이라 그런지 병실에서 글 쓰는 것도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조용하고 고요해서 좋았다. 이렇게 그날의 기록을 글로 남기고 내 마음과 감정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며 충만한 행복을 느낀다.




어느 뇌과학자가 행복의 조건 중에 하나가 ‘몰입’이라고 했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공감이 된다.


내가 무엇에 몰입한다는 것은 그 일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은 아무리 해보려고 노력해도, 일처럼 느껴지지 온전히 몰입한다는 느낌은 아니다. 어떻게든 해야 되는 일이라서 집중해서 하긴 해도, 집중과 몰입은 다른 느낌이다.


그러니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많이 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겠다. 몰입하는 대상이 단 한 가지여도, 그 한 가지만으로 충분히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어떤 것에 ‘몰입’ 한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몰입하는 것이 글쓰기다.
글을 쓰는 동안엔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만 집중한다.
이게 나의 행복이다.


병원생활에서도 나의 행복을 지켜주는 이 ‘몰입’을 하고 있어서, 병원생활이 힘들거나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시간을 특별하게 여기면서 소중히 보내고 있다.




아이가 아픈 건 내가 낫게 할 수 없다. 아이를 낫게 하는 건 병원에서 해줄 일이다. 나는 아이의 보호자로 곁을 지켜주고 있다. 이것만이 아픈 아이 옆에서 엄마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엄마가 옆에 있는 아이는 안정감을 가진다. 그래서 아프면 아프다고 울기도 하고 싫으면 싫다고 짜증을 내기도 한다. 엄마에게 편하게 자기 마음을 다 표현한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받아주고, 안아주고, 사랑하는 게 내가 할 일인 것 같다.


엄마인 내가 마음이 편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아야, 아이에게도 긍정의 기운이 전해진다. 이건 확실하다. 병원생활을 하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책과 글쓰기에 몰입하며 행복감을 느끼니 아이와 있는 동안에도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게 된다.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힘들지도 않다. 그냥 이 상황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평안하다. 아직 열이 내리지 않아 퇴원이 연기된 이 상황도 그냥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사실 한 달 전부터 예정해둔 우리 가족 여행 계획이 있었는데, 아이 입원으로 인해 수수료 50%를 내고 숙소 예약 취소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취소를 하면서도 화가 나거나 억울하거나 속상하지 않았다.


일단 수지의 건강이 최우선이다. 어떤 좋은 곳을 갈 거라고 계획해도 아이가 아프면 그 계획은 없던 것이 된다. 아이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여행은 우리와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하고 생각한다.


이미 일어난 이 상황은 바꿀 수 없고, 그냥 이렇게 됐구나 하고 받아들인다.


우리 수지의 건강이 회복되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옆에서 아이를 돌보며, 나 자신을 돌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게 내 마음에 평안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며 행복감을 누리고, 상황이 안 좋다고 해서 안 좋은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도 좋은 점을 찾는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진다.
그러면 외부의 것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내면의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 같다.


지금 이 글은 집에서 혼자 조용히 쓰고 있다. 수지 입원 3일 동안은 내가 병원에서 아이랑 계속 자고, 오늘 쉬는 날인 남편이 수지와 같이 자기로 했다.


3일 만에 집에서 잠을 자는 날이라, ‘역시 집이 좋구나’ 하는 걸 느끼며 내 몸은 너무 편한데 계속 병원에만 있는 아이는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수지가 얼른 나아서 편안한 집에서 마음껏 쉬고 놀았으면 좋겠다.

“얼른 낫자 내 사랑 내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