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마저 귀엽게 만들어버리는 아이들
힘듦과 감사가 섞여있던 아이의 병원생활이 드디어 오늘 끝났다. 아이는 입원 6일 만에 퇴원을 했다!
명절 연휴부터 아프기 시작해서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정말 길었다. 지금도 여전히 기침은 하지만, 그래도 열은 내려서 퇴원을 할 수 있었다.
오늘 오후 조퇴하고 집에 왔는데, 수지가 아빠와 같이 거실에 앉아서 영상을 보고 있는 모습을 일주일 만에 보니 너무 반갑다 못해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집에 있는 아이는 한결 편안해 보였다. 이제 제자리에 왔구나 하는 느낌.
퇴원하고 집에 있는 아이를 보니 일주일 동안 병원에서 너무 고생한 수지의 모습이 떠올라서 힘껏 안아주었다. 그리고 수지가 집에 와서 너무 좋다고, 우리 수지 너무 고생했다고, 아프지 말자고 말해주었다.
병원생활을 하고 나니, 내가 내 집에서 지낼 수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느낀다. 이렇게 어떤 어려움을 한번 겪고 나면, 어려움이 지나간 마음에 감사의 꽃이 더 활짝 피는 것 같다.
항상 별일 없이 무난하게 지내는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어쩌다 어려움을 만나게 되면
그 순간은 힘들지만,
힘듦을 겪고 나면 내 마음의 땅이
더 단단해져있고
내가 평소에 잊고 있었던
감사도 떠올리게 된다.
‘이게 감사한 건 줄 몰랐는데 감사한 거였어!’
하고 감사를 새롭게 발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수지가 입원한 6일 동안 내가 병원생활하면서 크게 힘들어하지 않고, 뭔가 심하게 스트레스 받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 있는 병동이어서 아이들이 주는 귀엽고 밝은 기운을 받아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동에는 아주 갓난 아기부터 초등학생 아이들까지 있었는데, 갓난 아이가 엄마 아빠 품에 매미처럼 꼭 붙어 있는 모습은 정말 심장이 아프도록 귀여운 모습이었고, 좀 큰 아이들은 병원에서도 활기가 넘쳤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힘을 얻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병원생활을 하고 있었고, 그 모든 아이들은 참 귀여웠다.
아이들만의 고유한 귀엽고 밝은 분위기가 좋다. 아픈 아이를 돌보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가 주는 웃음은 그 힘듦을 가볍게 이겨버린다.
아픈 수지가 예민해져서 짜증을 내거나 보챌 때 그 순간은 힘들지 몰라도, 조금만 지나면 아이 때문에 또 즐겁게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병실에서도 날 웃게 한 건 우리 수지였다. 조금이라도 기운이 있으면 그 기운을 뿜어내고 에너지를 쏟아낸 수지다.
아이돌 노래를 듣고 벌써 춤을 추는 수지는 병원에서 블랙핑크 지수의 꽃 무대를 계속 틀어보며 춤을 따라 하고, 남자 댄서가 지수를 들어 올리는 안무에서는 자기를 들어안고 올리라고 나에게 온다. 그래서 수지를 여러 번 들어 올리며 팔운동도 했다.
링거를 꽂고 병원복 상의만 입고서는 아이돌 춤을 따라 추는 수지가 얼마나 귀엽고 웃긴지 참 많이 웃었다.
병동에는 아이들이 놀만한 장난감은 따로 없다. 거실엔 책과 어항만 있었다.
그래서 아이 부모들은 자기 아이의 장난감을 들고 와서 방에서 주로 노는데, 거실을 지나다 보면 방 안에서 아이들의 장난감에서 나는 소리나 동요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를 들으니 아이들이 있는 곳은 병원조차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우는소리가 나기도 하는데, 그중에 돌도 안된 아기들이 엥엥 하고 울면 그 소리는 시끄럽기는커녕 오히려 귀여웠다.
그 시기의 아기들만 내는 특유의 정말 아기스러운 목소리가 있다. 갓난 아기 목소리로 엥엥 우는소리가 너무 귀여워서 일부러 더 귀 기울여 듣기도 했다.
우리 수지 신생아 때 우는소리는 그렇게 귀여운 줄 모르고 힘들게 보낸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신생아 울음소리가 너무 귀엽다는 걸 많이 느낀다.
아이들 병동은 우는소리, 웃는 소리, 떠드는 소리가 다 섞여도 어른들이 섞여서 내는 소리처럼 시끄럽지 않고 뭔가 귀엽다. 아이들이 뿜어내는 귀여운 에너지가 병원에도 퍼진다. 아파서 컨디션은 안 좋더라도, 그래도 아이들은 아이의 밝은 기운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부모들도 아이의 언어로 말한다. 간단하고, 쉽고, 귀엽고, 간결한 말투로 아이와 대화를 나눈다. 아이처럼 말을 하면 말이 귀엽고 이뻐진다. 나도 수지와 얘기를 하면 말투가 더 귀여워지고 아이처럼 말을 하게 되기도 한다.
톤도 조금 더 놓아지고, 형용사 감탄사도 많이 쓰게 된다. 좀 더 발랄해진다.
병원에 있는 유아들의 부모들도 거의 다 그랬다. 귀여운 말을 쓰며, 자기 아이를 보고 ‘아구 귀여워’라고 하는 것도 여러 번 들었다.
나도 수지에게 수시로 하는 말인데, 이건 의식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내 아이가 너무 이뻐서 나도 모르게 저절로 나오는 말이다.
소아과 병동은 이렇게 부모도 아이도 다 귀엽다. 귀여움이 가득하다. 이런 귀여운 기운 덕분에 병원생활을 그리 힘들지 않게, 잘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은 아프면서 크는 거라지만, 그래도 많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 수지도, 그리고 병동에 있던 아이들도 무사히 퇴원하고 건강한 날들을 더 오래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무사히 퇴원해서 정말 감사하고, 다시 집에서 보내는 일상으로 돌아와서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