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시간
오늘 오전에 유치원 한군데 입학 상담을 하느라 두 시간 외출을 썼다. 입학 상담을 하고 나오니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회사에는 1시까지 들어가면 되니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조금 쉬다 가기로 했다.
한 낮에 햇살을 받으며 회사가 아닌 곳에서 길거리를 걷고 있으니, ‘이런 여유가 얼마 만인가’ 하며 그 순간의 행복을 충분히 만끽했다.
걸으면서 보이는 가을의 풍경이 아름답다. 단풍나무와 은행나무를 보며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걷다 보니 어느새 또 행복이 마음에 스며든다.
나는 매 순간 자주 행복을 느낀다. 내가 행복을 자주 느끼는 기질인 걸까? 행복에 집착을 하고 그걸 목표로 삼고 사는 건 아니다. 그런데 행복함을 자주 느낀다. 그래서 나는 왜 행복을 자주 느끼는지 생각해 봤다.
생각해서 얻은 답은 나는 내가 좋다고 여기는 모든 것에 ‘행복’이란 이름표를 붙여서 인 것 같다.
햇살이 좋아서 기분이 좋으면 ‘아 행복하다’ 하고, 하늘이 이뻐서 기분이 좋으면 ‘아 행복하다’고 말한다. 초록 초록한 나무 숲길을 걷는 걸 좋아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 속에 있는 동안 행복으로 충만해지는 기분을 마음껏 느낀다. 내가 좋으니 행복하다.
그냥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날 좋게 만드는 것, 좋은 기분이 드는 것 그 모든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좋은 순간은 자주 있다.
하늘만 봐도 기분이 좋고, 산책을 해도 기분이 좋다. 내 아이가 웃는 걸 봐도 기분이 좋고, 손잡고 같이 등원하는 길에도 기분이 좋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게 행복이다.
이 모든 것에 행복이란 이름표를 붙이니
일상 곳곳에 행복이 가득하다.
이렇게 행복을 느끼며 걷다가 카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으려고 들어갔다. 오전 시간이라 그런지 카페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한산했다. 카페에서 나오는 음악소리만 매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카페에서 가을 햇살이 비취는 바깥 풍경을 보며 토스트와 커피를 먹으니 그 순간 참 행복했다.
카페에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를 가만히 듣고, 내 앞에 있는 토스트와 커피를 맛있게 먹고, 창밖에 보이는 풍경을 그냥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 바람에 살랑살랑 움직이는 나뭇잎들을 보며 잠시 그냥 그렇게 있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책을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했던 시간이다. 이 순간 정말 행복했다.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카페를 더 화사하고 분위기 있게 만들어준다. 그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좋아서 한동안 카페 안에 비친 햇살과 그림자도 그냥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 앞에 놓인 것들, 보이는 것들,
들리는 것들에 내 마음을 실었다.
그러니 마음이 너무 편안했다.
이 순간 흘러가는 대로 나를 맡긴 채
두는 그 느낌이 참 편안했다.
평소 회사에서 보내는 점심시간에는 내가 책 읽을 곳을 찾아다니고, 무언가를 하려고 주도한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길 가다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서, 즉흥적으로 메뉴를 고르고, 카페에서 들려주는 음악을 들으며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는 게 그저 편안했다.
때로는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나를 두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이런 잠깐 멈춤의 시간이 주는 평안과 여유를 충분히 누리다 보면 빼곡하게 차있던 마음 서랍이 비워지고 정리가 되는 것 같다.
비워진 마음에는 여유가 생긴다.
여유가 생긴 마음에는 내 주변의 것들을
더 사랑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너그러움이 생긴다.
자주 마음을 비우고 정리하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하는 이유다. 비워진 마음에 채우는 여유와 사랑은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그래서 일상을 보내면서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을 보기도 하고, 나무를 보기도 한다. 눈을 감고 잠시 명상을 하기도 하고, 산책을 하며 내 눈앞에 보이는 풍경에만 집중을 한다.
이렇게 내 마음을 챙기고 내 삶을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