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철학자의 한마디
아이와 둘이 있던 저녁이었다.
수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지는 걱정의 의미를 알까? 수지도 걱정이 있을까?’
그래서 물어보았다.
“수지야, 걱정이 뭔지 알아?”
“걱정? 응, 알아.”
“뭔데?”
수지는 한참을 뜸 들였다.
요리조리 머리를 굴리는 표정이 역력했다.
아마 뜻은 모르지만, 일단 “알아”라고 말해놓고 그다음에 뭐라고 설명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웃음이 났다.
나는 수지가 모르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수지가 말했다.
“걱정은.. 마음이 슬픈 거?”
확신 없는 눈빛으로 ‘이거 맞아?’ 하고 되묻는 얼굴이었다.
나는 말했다.
“음, 그거 아닌데.”
그러자 수지는 깔깔 웃으며 외쳤다.
“아! 걱정은 똥돼지!”
그 말에 나도 웃음이 터졌다.
“그래, 걱정은 똥돼지네. 하하하~!”
‘걱정’을 ‘똥돼지’라고 부르니, 그 무거운 단어가 순식간에 우스워졌다. 심각한 무엇이 아니라 그냥 웃고 넘길 일이 되어버렸다.
그 짧은 대화 속에서 머릿속에 작은 불빛이 반짝 켜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걱정은 똥돼지야.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려 할 때 ‘똥돼지’라고 불러버리자. 그러면 별것 아닌 게 될지도 모른다.
그 순간, 예전에 읽었던 어떤 책의 문장이 떠올랐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후회는 ‘삶을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살 필요는 없었다’는 것.
그리고 오늘 노트에 필사했던 문장도 스쳤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닥치면 다 잘 될 일이다.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 단순하게 살아라.’
걱정의 의미도 모른 채 지금 이 순간을 그저 즐겁게 살아가는 아이를 보며 그 모든 말이 하나로 이어졌다.
단순함.
심각하지 않아도 된다.
심각할 것 없다.
‘걱정은 똥돼지’라며 웃는 아이에게는 세상이 그저 맑고 가볍다.
내 옆의 작은 철학자 덕분에 삶에 대한 생각은 점점 깊어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삶은 점점 더 단순해진다.
단순한 게 최고다. 오늘도 별것 아닌 일로 걱정을 시작할 뻔했다. 그때 속으로 중얼거렸다.
‘걱정은 똥돼지!’
그러자 피식 웃음이 났다.
웃어버리니, 걱정은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