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에어팟 하나를 나눠낀 아침

by 행복수집가

며칠 전 새벽 여섯 시쯤 눈이 일찍 떠졌다. 나는 잠이 깨면 다시 자지 않고 모닝페이지를 쓴다.


일어나자마자 노트를 펼치면, 막상 적을 게 없을 것 같다가도 막상 펜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두 페이지쯤은 금세 채워진다.


자고 일어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들을 여과 없이 쏟아내다 보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정리된다. 복잡했던 감정들이 제자리를 찾고, 마음은 한층 차분해진다. 그 느낌이 좋아서, 일찍 눈을 뜨는 날이면 나는 가장 먼저 노트를 펼친다.


그날은 모닝페이지를 다 쓰고도 시간이 조금 남았다. 아침부터 너무 열심히 글을 적어서인지 눈이 약간 피로했다.


그래서 다시 침대에 누웠고 에어팟을 끼고 잔잔한 명상 음악을 틀었다. 알람이 울릴 때까지 눈을 감고 음악을 들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날 내 옆에 자고 있던 아이도 일찍 눈을 떴다.

내가 모닝페이지를 쓰고 있을 동안에는 나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던 수지가 내가 에어팟을 끼자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엄마, 뭐 들어?”

“음악 들어.”

“나도 들어볼래.”


나는 에어팟 한쪽을 빼서 수지 귀에 꽂아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나란히 누워, 에어팟을 하나씩 나눠 끼고 같은 음악을 들었다.


귀에서 잔잔한 선율이 흘러나왔다.

수지는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 물었다.


“수지야, 어때?”

“좋아.”


수지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이도 이런 고요한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조금 신기했다. 수지가 좋다고 하니, 나도 덩달아 더 좋아졌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옆을 보니 수지도 눈을 감고 있었다. 작은 얼굴에 고요함이 내려앉아 있었다. 같은 음악을 들으며, 같은 공간에서, 같은 아침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깊은 곳을 따뜻하게 했다.


알람이 울리면서 우리의 짧은 명상 시간은 끝이 났다.

하지만 이 날 아침은 왠지 더 기분이 좋았다.


이 기분은 뭘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누군가와 에어팟을 나눠 끼고 같은 음악을 듣는 일이 참 오랜만 이어서인 것 같다. 요즘은 각자 이어폰을 끼고, 각자가 듣고 싶은 것을 들으며 함께 있으면서도 각자의 세계에 머무는 시간들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하나의 음악과 리듬을, 같은 순간에 나누어 들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내 아이, 우리 수지라는 사실이 더없이 좋았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듣던 수지의 평온한 표정이 그날의 한 장면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


앞으로도 둘 다 눈이 일찍 떠지는 날이면, 에어팟을 하나씩 나눠 끼고 좋은 음악을 함께 들어야겠다. 그렇게 또 하나의 행복한 아침을 차곡차곡 쌓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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