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함께 있는 매 순간이 소중하다.
지난 주말 오후에 남편은 출근하고, 수지는 오전에 놀이터에서 잘 놀고 왔는데, 낮잠 자고 일어나서 또 놀이터에 가자고 했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것에 한참 재미 들린 4살이다. 그래서 같이 나가서 놀이터에서 놀다가, 다른 놀이터에 가보려고 걸어가는 중에, 수지가 업어달라고 해서 업고 걸었다.
아직 내가 업을 수 있는 힘이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아직 우리 수지는 작고 귀엽다. 수지를 업고 걸어가는데, 이렇게 내 아기를 업을 수 있는 날도 그리 길진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금 이렇게 아기를 업고 산책하는 이 순간이 나중엔 그리워질 것 같다.
그렇게 업고 걷고 있는데, 아파트 단지 안 나무에 이름표가 달려있는 걸 보고 수지가 “이게 뭐야”라고 물어봤다. 그래서 내가 나무 이름을 알려주었는데, 그 후로 나무 이름표 찾기 놀이가 시작되었다.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는 듯한 나무 이름표를 어찌나 잘 찾는지, 신기했다.
그리고 나무의 이름을 알려주면 꼭 그 이름을 따라서 말하는 수지가 너무 귀여웠다. 나무 중에 ‘남천’이라는 나무가 여러 개 있었는데, 내가 남천이라고 두 번째 알려주니, 수지가 “어, 남천이 두 개 있네 “라고 말해서 또 한 번 놀랐다.
나무 이름을 그냥 듣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심히 새기며 듣고 있었다.
그리고 길바닥에 개미와 벌레들은 어찌나 잘 찾는지, 작은 벌레들이 보이면 가던 길을 멈추고 쭈그려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관찰한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 수지는 벌레를 보고, 난 벌레를 바라보는 귀여운 아기를 내 눈에 가득 담아본다.
놀이터도 가고, 나무와 벌레도 관찰하고, 킥보드도 타고, 산책도 하고, 이렇게 우리의 오후 시간이 끝나고, 집으로 와서 씻고 저녁을 먹었는데 수지가 평소엔 아기의자에 앉아서 먹는데, 이 날은 내 무릎에 앉아서 먹을 거라고 해서, 내 무릎에 앉혔다. 배가 고팠는지 밥도 두 그릇이나 먹고, 얌전히 잘 먹었다. 내 무릎에 앉아서 밥을 먹는 내 아기의 뒷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내 아기가 내 품에 있는 이때가 너무 소중하다.
지금 수지를 보며 나중엔 지금이 너무 그리울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서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해 저장하려고 한다. 그래서 사진도 찍고 글도 쓴다.
아이는 커가는 대로, 그 시기에 맞게 여전히 너무 사랑스럽고 이쁘겠지만 지금의 모습은 지나가면 못 보는 모습이 되니, 지금의 이 귀여움을 오래도록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수지랑 장난치며 노는데 수지가 나에게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둥이 이거 넣어줄게”라고 해서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모른다. '둥이'는 내 남편이 날 부르는 애칭인데, 가끔 수지가 그 말을 쓴다. 그 말이 사랑스러운 애칭이란 것을 아기가 아는가 보다.
수지가 이 날 저녁에 나에게 하트를 넘치게 줘서 행복한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수지가 나에게 둥이 가이거 받아하며 하트를 날릴 때마다 내가 빵빵 터져 웃으니, 수지는 내가 웃는 게 재밌어서 계속 나에게 그렇게 하트를 연발했다.
그야말로 웃음이 가득했던 아기와의 저녁시간이었다.
그리고 수지는 자기 전에 항상 굉장히 혼잣말을 많이 하고 노래도 많이 부르고,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상황극 하듯이 혼자 여러 역할을 맡아서 얘기하기도 하고, 오늘 자기가 들었던 말을 흉내내기도 하며 자기 전에 말을 정말 많이 한다.
잠들기 직전까지 그렇게 말을 많이 하다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하품 한번 하고 나면 어느새 잠이 들어있다.
수지가 계속 말하는 그 말을 듣다 보면 다 스토리가 있는 얘기들이다. 듣고 있으면 내용이 이해가 되고, 재미도 있다. 수지가 오늘 어린이집에서는 이런 놀이를 했고,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고, 친구랑 이런 대화를 했나 보구나 하고 알게 되기도 한다. 정말 재밌다.
수지도 그렇게 하루를 정리하나 보다.
우리 수지를 보면, 아기는 하루하루 매일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며 그 하루를 최선을 다해 충실히 사는 것 같다. 그냥 오늘 하루만 있는 것처럼.
아기는 아직 나중을 생각하거나, 미래를 생각하진 않으니, 늘 순간을 살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순간의 본인의 즐거움을 위해 최선을 다해 놀고, 좋아하고, 재밌는 것을 계속 찾는다. 아기를 통해 인생에 대해서 참 많은 걸 배운다.
내 아기 수지와 있는 매 순간이 정말 소중하다. 아기가 행복한 순간에 항상 내가 같이 있어주고 싶다. 매일 내 아기가 나에게 행복이 가득한 하루를 선물해 준다. 엄마가 되어, 이렇게 행복한 세상을 알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