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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의 엄마로 살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이제 내 아이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by 행복수집가


오전엔 수지와 동네 산책을 나갔다. 오랜만에 강변 산책로를 같이 걷는데, 비가 그친 후여서 달팽이들이 길에 많이 나와 있었다.


수지는 길에 나와 있는 달팽이를 신기하게 관찰하면서 달팽이 찾기에 재미가 들렸다. 이런걸 보면 자연이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놀이터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속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관찰하고 신기해하는 아이의 모습이 정말 아릅답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물을 좋아하는 수지는, 강이 나오기도 전에 나무 사이로 보이는 강을 보고 “물이다 물!” 하며 즐거워했다. 강도 보고, 풀도보고 꽃도보고, 두루미도 보고,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흥미로운 아기다.


그렇게 천천히 산책을 하며 카페로 갔다. 수지도 카페 가는걸 좋아한다. 수지에게 “수지야 커피갈까?” 하면 수지는 빵먹을거라고 한다.


카페에 가서 수지 빵도 하나 시키고, 나 커피도 하나 시키고 사이좋게 커피랑 빵을 먹다가, 카페 2층으로 갔다. 거의 오픈 시간에 간거라, 2층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카페 2층엔 영어책과 아이들 동화책이 많이 꽂혀있었는데, 수지의 놀이공간이었다.


수지가 보고싶은 책을 들고와서 읽어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중에 영어만 가득한 책을 한권 집어서 펼치더니, 그림이 없고 알파벳만 있으니 “아이 참 이게 뭐야~~!” 라며 고개를 뒤로 젖히는데 얼마나 웃겼는지 모른다.


그러고 나서는 한글과 그림이 있는 책만 들고와서 몇권 읽고, 책 읽는게 지겨워졌는지 숨바꼭질을 하자고 한다. 숨을곳도 없지만, 애써 숨바꼭질을 했다.


그리고 놀만큼 놀고나서, 다시 1층으로 가서 남은 빵을 마저 먹고, 수지 아빠가 와서 집으로 가는길에 세식구 같이 산책을 했다.


집에 왔는데, 수지는 오전에 한 산책이 성에 안차는지, 킥보드 타고싶다고 나가자고 졸라서, 남편이 데리고 나갔다. 남편 컨디션이 조금 안좋은 상태여서, 내가 얼른 점심먹고 교대해주러 나갔다.


나가보니 남편이 수지 킥보드 잘 탄다고, 한번 보라고 했다. 수지는 킥보드를 좀 늦게 탄편이라, 잘타는 또래들에 비해 좀 느린편이었다. 수지가 킥보드 타고 가면 내가 거의 몸살이 날 것 같은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잡아줘야 했다. 그래서 수지가 킥보드 탄다고 하면, 큰 각오를 하고 마음 단단히 먹고 나갔어야 했다.


불과 그게 몇일 되지 않았는데, 수지가 킥보드 타는걸 보니 몇일 사이에 실력이 갑자기 확 늘었다. 너무 잘타는거다. 이제 잘타는 여느 아이들과 다를 것 없이 가다가 멈추기도 잘하고, 방향도 틀고 정말 날아다니듯이 잘타서 내가 수지를 따라 뛰어야 했다.


급격히 늘어난 킥보드 실력에 내가 계속 감탄하고 “우와 수지 너무 잘탄다! 진짜 최고다! 엄마 깜짝 놀랐어!”란 말을 연발하니, 수지는 칭찬에 신나서 더 잘탄다.


아기가 또 이렇게 성장했구나 하고 느낀 날이었다. 어쩜 이렇게 매일 잘 자라고, 달라지는걸까. 아기가 정말 폭풍성장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신나게 킥보드 타고 놀이터에서도 신나게 놀고 집으로 돌아왔고, 점심먹고 수지는 낮잠을 자고 그 시간에 남편은 출근을 했다. 이제 저녁엔 나와 수지 둘이 있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수지는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나랑 같이 노는데, 집에 있는 원목블럭으로 탑을 쌓는 놀이를 하자고 해서 시작했다가 그 놀이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거의 30분 이상을 그것만 하며 블럭을 쌓고 무너뜨리고를 반복했다.


엄마도 같이 하자고 해서 나도 같이 쌓는 놀이를 하다보니, 수지가 더 신난 것 같았다. 하면서 너무 재밌다며 어찌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수지가 좋아하는 놀이를 하면 이렇게 집중해서 오랫동안 하는구나 하고 새삼 알게되기도 했다.


내가 놀이하며 즐거워하는 수지에게

“수지야 엄마랑 집에 있으니까 좋아?” 라고 물었는데,

수지가 “응 신나!” 라고 대답했다.


그 신난다는 대답에 울컥 감동을 받았다. 같이 나가서 뛰어노는것도 아니고, 그냥 둘이 집에서 방안에 앉아서 블럭쌓기를 하고 있을 뿐인데 수지는 너무 좋아하며 “신나!”라고 말하는 걸 들으니, 엄마와 좋아하는 놀이를 하는것만으로 수지는 지금 충분히 행복하고 즐거워한다는게 느껴졌다.


좋아? 라고 물어서 좋아라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신나!라는 대답을 들으니, 아기가 정말 행복해하는 그 마음이 더 깊이 와닿는달까. 그렇게 수지랑 오랫동안 같이 놀았다. 좋아하는 수지를 보니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평소에 늘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엄마 아빠와 함께 보내는 주말이 오면 정말 기뻐하고 좋아한다. 그런 수지의 모습에 한쪽 마음이 시큰해지기도 한다.


이 주말마저, 아빠가 없거나, 아빠가 반나절만 있거나 하는 날도 많은데. 수지는 엄마 아빠 같이 있으면 가장 좋아하고, 엄마 아빠중에 한명이라도 자기랑 같이 오래 시간을 보내면 그걸로도 충분히 좋아한다.


수지가 태어난 후로는 수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내 작은 아기의 존재감이 내 세상을 다 차지할 정도로 너무 크고 소중하다. 이렇게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있다는게, 그리고 내가 부모가 돼서 이 사랑하는 마음을 경험할 수 있다는게 정말 큰 축복같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에 대한 사랑은 도대체 얼마나 더 깊어질수 있는건지 모르게 계속 깊어지고, 내가 엄마의 삶을 살 수 있어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벅차오른다. 매일 이 마음이 커진다.


정말 신기하고 경이로운 사랑의 마음이다. 이 마음을 알게해준 나의 아기 수지에게 너무 고맙다. 오늘도 수지와 사랑스러운 하루를 보내서, 넘치게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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