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고맙다는 말이 얼마나 큰 감동인지.
금요일 저녁부터 아이가 열이 나서 토요일 아침에 병원에 다녀왔다. 진료결과는 아데노 바이러스. 목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고열은 아니어서, 입원까진 안 해도 되지만 열이 계속 안 떨어지면 입원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수지는 좋지 않은 컨디션이었지만, 잠시 컨디션이 좋은 순간엔 잘 놀았다. 병원을 다녀오고 오전에 핑크퐁 체조 보면서 신나게 율동을 따라 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인형이랑 같이 소파 쿠션을 미끄럼틀 삼아 놀기도 하고, 나랑 같이 소꿉놀이도 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면서 점점 더 컨디션이 안 좋아졌다.
그래서 아픈 수지 옆에 최대한 붙어있었다. 아이에게 "오늘 엄마가 수지 옆에 있어줄게"라고 하니까 수지가 "고마워"라고 했다. 고맙다고 말해주는 아이의 말에 감동이 밀려왔다. 고마움으로 받아들여주는 아이의 마음이 느껴지니, 더 옆에 있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픈 아이에게 옆에 있어줄게라고 하니, 고맙다고 하는 아이. 그 고맙다는 한마디가 너무 소중하고 이쁘다.
36개월인 수지는 이제 모든 말을 다 이해하고 다 알아듣고, 상대의 감정도 알고, 본인의 감정도 표현한다. 내가 어떤 마음을 담은 말을 전했을 때 말속에 있는 마음을 알아듣고 받아들이는 수지의 반응에 감동받고 놀랄 때가 많다.
아픈동안 수지는 몸이 안좋아서 소파에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수지가 물을 먹고 싶어 해서 내가 소파 앞 수지 책상에 있던 물을 건네주니 수지가 또 "고마워" 라고 했다.
엄마가 아픈 아이를 챙겨주는 것은 당연한 건데, 그걸 아이가 고맙게 받아주며 고마워라고 해주니 마음이 뭉클하고 감동이다.
물을 받을 때 아무 말 없이 그냥 받아서 마실수도 있는데, 고맙다는 말의 의미를 아는 수지가 고마움을 담아 서 엄마에게 고맙다고 말해주는 그 마음이 너무 이쁘다.
아이가 어쩜 이렇게 고마워란 말을 잘하는 건지, 고마워란 말을 들을 때마다 내 마음이 이쁜 색으로 칠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나도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아이에게서 이쁜 마음을 배운다.
수지는 약이 쓰다고 안 먹을 거라고 울기도 했지만, 그래도 제발 간절히 먹어주길 바라는 아빠엄마의 마음에 못 이겨 약을 울면서 억지로 먹어주었고, 그런 수지에게 달콤한 젤리를 주면서 고맙다고 말하며 꼭 끌어안아 주었다.
몸이 아프니 엄마아빠품에 계속 안겨있는 수지. 아파하는 아이를 대신 아파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함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플 때 옆에 있어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주말 동안 수지는 열은 내리고 오늘 오전엔 등원하지 않고 아빠랑 같이 소고기 먹으러 갔다. 난 출근하고 점심때쯤 전화하니 아이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엄마 나 고기 먹으러 와떠!” 라고 했다. 목소리가 밝고 신나 있었다.
아픈동안 밥도 잘 못먹었는데 이제 많이 나가가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 아이가 아픈날도 있지만, 아픈 아이와 있으면서도 새롭게 느끼고 경험하는 소중한 것들이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의미가 있고, 이 모든 경험이 내 삶을 아름다운 색으로 색칠하고 있다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