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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수지가 설거지 멋진 거 사줄게"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마음

by 행복수집가

지난 주말이었던 일요일에 수지랑 수지 친구랑 같이 키즈카페 갔다가, 점심도 식당에서 돈가스 맛있게 먹고, 집으로 가는 길에 놀이터 한 번 들러서 놀다 들어와, 그날 체력 소모가 많았다. 그래도 신나게 잘 노는 수지 보니 몸이 피곤한 줄도 모르고 그 순간엔 그저 행복했다. 그날 잘 놀고 집에 들어와서 수지 낮잠 잘 때 잠시 쉬었지만 그것으론 피곤이 다 풀리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유난히 설거지감이 많아서, 설거지를 다 하고 나니 정말 온몸에 힘이 다 빠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설거지를 다 하고 부엌 테이블 의자에 털썩 앉으니, 그날 야간 근무를 가야 해서 자러 들어가야 하는 남편이 내가 설거지하는 동안 수지랑 놀아주다가 힘없이 앉아있는 나를 보고 수지에게 "수지야 엄마 봐봐, 엄마 힘들데"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설거지 너무 많았어, 힘들어"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수지 재우려고 양치시키고 방에 들어가기 전에 수지와 잠시 거실에서 놀았는데, 수지가 놀다가 갑자기 “엄마 수지가 설거지 멋진 거 사줄게, 엄마 설거지 안 해도 되구”라고 말했다. 훅 들어온 수지의 말에 내 심장이 아플 정도로 사랑의 화살을 제대로 맞은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심쿵.


그래서 내가 "수지야 정말? 고마워, 엄마 감동받았어 엉엉" 하며 수지의 귀여운 다리에 머리를 들이밀며 엎드리니, 수지가 내 머리카락이 닿는 느낌에 간지럽다고 까르르 웃는다.


그렇게 몇 번을 더 그 얘길 하며 장난도 치고, 우리는 방에 자러 들어갔다. 수지가 이전에 설거지하는 나를 옆에서 구경하다가 “엄마 수지가 설거지 멋진 거 사줄게, 엄마 설거지 안 해도 되고”라는 말을 했었는데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깜짝 놀랐기도 하고 정말 많이 감동받았다.


이 어린 아기가, 엄마를 생각해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신기하고, 아기에게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받는 느낌이었다. 내가 아기에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과 엄청난 감동이 밀려온다. 정말 아이를 낳기 전엔 알 수 없는 마음의 세계다.


이렇게 그 말을 한번 한 이후에, 이 말을 한 번씩 자주 한다. "설거지 멋진 거 사줄게". 이 말은 들을 때마다 감동이다.


아이가 식기세척기를 아는 것도 아닌데, 설거지 '멋진 거' 사줄게라고 하며 그럼 엄마 설거지 안 해도 된다고 한다. 내가 매일 설거지를 하느라 부엌에 있는 모습을 봐서인지, 수지가 그런 생각을 하나보다.


그리고 어제저녁, 자기 전에 침대에서도 수지가 나에게 이 얘기를 했다. 그래서 "수지야 엄마 설거지 언제 사줄 거야?" 했더니 “음, 나중에.”라고 한다. 이 아이의 마음과 말이 너무 사랑스럽다.


그렇게 귀여운 대화를 끝으로 수지는 잠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잘 자고 일어나서 수지와 눈 맞추며 굿모닝 인사를 하는데 아침에 눈 뜨자마자 수지가 날 보고 “아, 잘 잤다~ 엄마 수지가 설거지 멋진 거 사줄게. 엄마 설거지 안 해도 되구”라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생각난 말이 이 말이었나 보다. 수지는 아침에 일어나면 꼭 어떤 말들을 하는데, 그 말이 항상 자기 전에 했던 말과 이어진다. 신기하다. 자기 전에 이 말을 했는데, 자고 나서 아침에도 이 말이 자연스레 연동이 되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수지로 인해 감동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내가 수지에게 엄마 감동받았다고 하니, 수지가 "나도 감동받았떠, 사랑해"라고 한다. 아기와의 달달함이 아침부터 한도 초과다.


이 작은 아이 하나가 내 삶을 온통 사랑으로 물들인다. 정말 어마어마한 힘과 영향력이다. 아이로 인해 매일 사랑하는 삶을 살게 되고, 내 마음에 멈추지 않고 솟아나는 사랑의 샘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건 정말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마음이다.


내가 내 부모님을, 형제를, 남편을 사랑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사랑이다. 부모가 자식을 향한 사랑은 정말 특별하다. 그리고 지금 어린 우리 수지가 아빠엄마를 사랑하는 마음도 너무 소중하다. 아직은 아빠엄마가 제일 좋은 우리 아기, 점점 커가면서 수지의 세상에도 다른 많은 것들이 더 채워져 가겠지만, 아직은 그래도 아빠엄마가 차지하는 자리가 더 많다.


이렇게 아빠엄마랑 있는 게 최고 좋을 이때, 매일 아이에게 넘치도록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안아주고 싶다.


"우리 수지가 있어서 엄마아빤 정말 매일 행복해, 수지와 보낼 수 있는 하루하루를 선물 받은 것 같아 너무 감사해, 정말 사랑만 줄게 우리 아가. 사랑 가득한 세상에서 자라길, 나의 천사 같은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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