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웃음이 주는 큰 행복감을 매일 느끼며 산다.
아이와 0세때부터 만난 친구랑 오랜만에 나들이를 같이 갔다. “밀알영농우리밀체험장”에 가서, 쿠키 만들기도 하고 놀이방에서 놀고, 야외 수영장에서 물놀이까지 신나게 했다. 아주 알찬 일정이었다.
먼저 첫 순서로 쿠키 만들기를 했는데 이미 실내 놀이방을 본 수지는 놀이방으로 가고 싶어 엉덩이가 계속 들썩인다. 그래서 수지에게 이거 쿠키 만들고 가보자 하고 달래 가며, 반죽을 만져보게 하고, 쿠키틀에 관심 돌리게 하면서 쿠키를 같이 만들었다.
수지랑 같이 쿠키를 만들어 본 경험이 처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와 집에서도 어떤 요리를 같이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같이 반죽을 하고, 반죽을 밀어보고, 쿠키틀로 찍고, 떼보며 같이 만지며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재밌기도 하고, 나에게도 새로운 경험이라 굉장히 좋은 시간이었다.
내 아이와 늘 같이 자주 시간을 보내지만, 자세히 보면 늘 보내는 일상 루틴이 비슷하다.
평소에 하원하고 나면 늘 노는 놀이터에서 놀고, 산책을 한다 해도 늘 가던 익숙한 우리 동네다. 늘 같은 마트를 가서 장을 보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에도 특별히 다를 것 없는 매일 같은 일상들이다.
새로운 놀잇감을 매일 한다는 게 절대 쉽지 않다. 그래도 어린이집에서 매일 다양한 것들을 하니,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엄마아빠와 보내는 일상에서 새로운 체험을 하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되도록 주말에, 평소 안 가본 곳으로 나들이를 가서 새로운 걸 접하게 하고 체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늘 보던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보면, 어른이나 아이나 생각의 전환, 기분전환이 된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는 경우도 많다. 새로움이 주는 자극이 꽤 크다.
우리는 익숙한 곳이 편하긴 하지만, 너무 익숙한 것에 젖어 있으면 나태해지기도 하고, 무기력감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익숙하게 안정적으로, 편안하게 지내는 일상 속에서도 1주에 한 번이라도 안 가본 곳을 가보고, 안 해본 경험을 해보고 하는 것이 나에게 큰 활력을 주고,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것 같다.
오늘 수지와 같이 쿠키 만들기를 하며 나도, 수지도 같이 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경험이라, 정말 좋았다. 아이를 위해 갔지만 내가 더 힐링되는 느낌이었고, 쿠키는 반죽에 들어가는 재료의 양조절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미 체험장에서 완성된 반죽을 각 테이블에 두고 우리는 그걸 조물 거리며 펴서, 쿠키틀만 찍으면 되는 거라 아이와 같이 하기에 쉽고 재밌었다.
쿠키가 완성될 동안 아이들은 실내 놀이방에서 놀면서 기다렸는데, 수지는 놀이방 가자마자 액티비티 한 것부터 찾아간다. 반면에 같이 간 친구는 앉은뱅이밀이 있는 곳에 앉아서 삽으로 퍼는 놀이를 한다. 같은 연령대에 같은 어린이집을 다닌 아이들인데, 이 아이들만 봐도 확실히 성향이 다르고 확고한 자기 취향이 있는 게 보인다.
나도 늘 집에서 수지를 보다가 다른 환경에서 수지를 보면, 새롭게 발견하는 아이의 모습이 있다. 수지에게 이런 면이 있었고, 수지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이런 건 싫어하고, 이런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이런 것은 별 흥미를 안 가지는구나 하는 것들. 이런 수지의 색깔을 알아가는 게 재밌고 신기하다.
내 아이의 고유한 모습을 발견하는 것, 보석을 발견하는 느낌이다. 나도 몰랐던 것을 발견하게 되면, 반갑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고 신기하고, 내 아이의 세계를 탐색하고 알아가는 것이 즐겁다.
수지는 그곳에서 신나게 놀고, 완성된 쿠키를 맛있게 먹었다. 한참 놀고 난 후라 더 맛있었던 쿠키다. 수지와 같이 만든 쿠키가 완성된 걸 보니까 나도 괜히 신났다. 별거 아닌 거 같은데 뿌듯함도 있었다. 이런 재미를 새롭게 하나 알게 되어 감사하다.
아이와 같이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체험들을 앞으로도 자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야외 수영장에 가서 물놀이를 했다. 규모가 큰 건 아니었지만, 어린아이들이 놀이게 딱 좋은 사이즈의 수영장이었다. 그냥 사복을 입고 들어가도 되는 곳이라, 수영복을 못 챙긴 수지는 입고 간 옷을 입고 그대로 들어갔는데, 처음엔 약간 무서워하더니, 금방 적응하고 물에서 한참을 놀았다.
수지는 아직 물놀이한 경험이 별로 없다. 튜브 타는 것도 잘 못해서 튜브는 몸에 꼈는데 발로 걸어 다니고, 수지에게 튜브에 엎드리게 해 보려고 시도했지만 물이 목까지 차는 게 아직 어색하고 무서운지 그건 안 하려고 해서 겨우 한 게 무릎을 굽혀서 무릎으로 기어 다니듯 하며 물속에서 걸어 다닌 수지다.
튜브를 타고 논게 아니라 튜브를 끼고 걸어 다녔다. 그 모습도 얼마나 귀여웠는지. 그렇게 다니면서 재밌다고 좋아하는 아이를 보며 올해는 물놀이 자주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와 노는 동안은 아이에게만 온전히 집중하느라 잡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새로운 곳에서 놀 때는 더 그렇다. 아이와 있는 시간 동안 아이에게만 집중하니, 다 놀고 나면 정말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 불태웠구나, 뿌듯하다 이런 느낌이 든다.
엄마가 아이와 잘 놀았을 때, 그리고 아이가 놀며 너무 좋아하는 그 모습을 볼 때 오는 엄청난 행복감과 뿌듯함이 있다. 오늘 그 마음을 가득 느낄 수 있었다.
수지는 오늘 물놀이가 제일 재밌었다고 했다. 이런 수지를 위해 올해는 부지런히 다녀봐야겠다. 물놀이하면서 감기 걸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긴 했는데, 감기 걸릴까 봐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실컷 놀고 감기 걸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다, 이건 옳다.
아이는 그저 잘 놀면 된다.
많이 웃고 재밌으면 된다.
그걸로 충분하다.
많이 웃고 즐거워하고 재밌어하는 내 아이를 보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을 주는지 모른다. 웃고 있는 아이를 보면 다른 아무 생각 없이 같이 웃게 된다.
조금 전에 한 걱정도 아이의 웃음에 녹아 사라지고, 아이가 웃는 것만으로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그저 행복하다.
오늘 우리 수지와 많이 웃고 즐거운 시간을 같이 보내서,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내 아이의 웃음이 나에겐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