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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주는 감동과 사랑을 받으며 사는 엄마

내 세상을 사랑으로 채워주는 내 아기.

by 행복수집가

지난주에 우리 부부 결혼기념일 5주년 여행으로 거제를 다녀왔다. 1박 2일로 간 거라, 집으로 돌아오는 2일 차에는 오전 11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차를 타고 왔는데 특별히 뭐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매우 피곤했다.


수지는 차에서 아주 꿀잠을 푹 자고, 집에 도착해서는 풀충전이 돼있었다. 그러나 남편과 나는 배터리가 거의 방전이 돼 있는 상태였다. 집에 오자마자 캐리어 정리를 바로 하고, 빨래를 돌리니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체력이 충전되어 놀고 싶은 수지는 점심 먹고 나서, 놀이터 가자고 비눗방울 하고 싶다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아기가 나가자고 하면 웬만해선 나가는데 남편도 많이 피곤한 상태였고, 나도 너무 피곤해서 잠시라도 눈을 붙이지 않으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수지에게, “수지야 엄마 눈이 너무 아파서 조금만 누워있을게, 그러고 조금 있다 나가자”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니 수지는 혼자서 놀아주었다. 난 혼자 노는 아기 옆에 누워서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었다. 남편은 이미 그 사이 잠이 들어버렸다.


누워있다가 내가 잠시 잠이 든 것 같기도 한데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다. 일어나서 수지를 보니 여전히 혼자 잘 놀고 있는 아기.


그때서야 눈의 피로가 사라져서, 이제 좀 나아졌구나 싶어, 수지한테 “수지야 이제 나갈까?” 하고 물어보니, 수지가 내 얼굴 앞에 가까이 와서 “엄마 눈 이제 아야 안 해?”라고 물어봤다.


그 말에 정말 심쿵했다. 말 그대로 완전 심쿵.


아기가 엄마 눈이 아프다는 말에 나에게 더 보채지 않고 엄마 쉬라고, 엄마가 일어날 때까지 혼자 놀아주었던 거다. 아빠도 자고, 엄마도 잠들었는데, 깨우지도 않고 혼자 놀아주었다.


그리고 내가 나가자고 하니까 바로 ‘좋아 나가자’ 하는 게 아니라, 내 눈이 안 아픈지, 나의 안부를 물어주는 우리 수지. 마음이 정말 사랑으로 녹는 느낌이었다.


정말 감동을 받아서, “수지, 엄마 눈 아야한지 걱정한 거야? 그래서 혼자 놀아준 거야? 수지야 엄마 너무 감동받았어~ 고마워 아기. 엄마 이제 안 아파”라고 말하니까, 수지가 “엄마 울지 마, 엄마 토 해도 돼, 수지가 닦아줄게”라고 말했다. (내가 저렇게 말하면서 감동받아 우는 척을 했다.)


여기서 수지가 말하는 '토해도 돼'는 수지가 이전에 폐렴으로 많이 아팠을 때 몇 번 토를 했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는지 그때마다 많이 울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뭔가 몸이 아픈 것의 대표적인 증상이 토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가끔 아프다고 하면 “엄마 토해도 돼, 수지가 닦아줄게.” 이렇게 말한다. 이 수지의 언어를 해석하면, “엄마가 힘들어도 내가 지켜줄게, 내가 도와줄게” 이런 의미다.


이 말에 또 감동을 받아서 정말 눈물이 나올뻔했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주는 아기다.


수지에게서 엄마인 내가 받는 사랑이 우주보다 더 큰 사랑 같다. 나라는 세계를 수지가 사랑으로 가득 채워준다. 정말 고마운, 선물 같은, 내 사랑 내 아기.


그리고 그날 같이 나가서, 수지가 하고 싶다던 비눗방울 놀이도 하고 놀이터 가서도 놀았다. 오후 4시쯤 나가니 햇빛이 뜨거워서인지 놀이터에 아무도 없었는데, 혼자여도 엄마랑 있어서 잘 노는 수지다.


엄마가 같이 놀아주고, 뛰어주고 하니 수지의 햇살 같은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 하루 속에 수지가 웃고 즐거워한 순간이 많았다. 떼쓰고 울기도 한 시간이 있었지만, 하루를 마무리하며 되돌아보면 수지가 즐거워한 기억이 많이 난다. 내 하루를, 내 일상을 행복으로 채워주는 내 아기와 함께여서 매일 감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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