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픈 날 남편이 옆에 있어서

실컷 아파하고 쉬었습니다

by 행복수집가

아이와 밖에서 열심히 놀며 불태웠던 주말 저녁부터 내가 열이 나고 아프기 시작했다.


아이 낳고 나서는 감기도 한번 안 걸려서 엄마가 되면 이렇게 강해지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 생각이 얼마나 경솔했던 것인지 제대로 알았다. 예전에 코로나 한 번 걸렸을 때 이후로 몸살로 온 몸이 아픈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프기 시작한 일요일은 집에 있던 타이레놀을 먹고 약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오한에 근육통에 온 몸이 아파서 제대로 잠을 푹 자지 못했다. 열이 나고 머리도 아파서 새벽 3시에 타이레놀을 한번 더 먹고 잠들었다.


자고 일어난 월요일 아침엔 약기운 때문인지 괜찮아진 것 같았다. 그런데 출근 하고 얼마 안돼서 다시 몸이 으슬으슬 하고 온 몸을 두들겨 맞은 것 같은 통증이 왔다.


회사에서 최대한 버티다가 몸살 기운이 심해져서 3시에 조퇴했다. 그리고 4시에 수지를 하원 시키고 수지와 같이 병원에 갔다.


병원에 가서 접수하고 열을 재니 38.4도까지 나왔다. 몸이 계속 안 좋았다. 코로나 검사와 독감 검사도 했는데 둘 다 아니었다.


내 상태가 안 좋은걸 알고 있던 남편이 야간근무하고 아침에 퇴근해서 집에서 자고 일어난 후 나에게 전화를 했다. 난 지금 병원에 왔고 열이 나고 몸이 안 좋다고 말했다. 남편은 진료 받고 집에 오면 저녁엔 자기가 수지를 볼 테니 나에겐 쉬라고 했다.


그렇게 말해주는 남편이 정말 고맙고 의지가 되었다. 진료를 마치고 아픈 몸을 이끌고 아이를 챙겨서 집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지고 힘들었다.


집에 도착하니 남편이 맞이해주며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아프다고 했다. 남편은 자기가 수지 씻기고 챙길 테니 얼른 들어가서 쉬라고 했다. 이 날 저녁엔 남편이 야간근무 가야 하는 날이었다. 본인도 저녁에 눈 붙이고 쉬어야 하는데, 아픈 나를 쉬게 해주었다.




남편이 있어서 마음껏
아플 수 있었다.
아픔을 참지 않고,
아픈 만큼 아파할 수 있었다.


몸살로 아플 땐 푹 쉬어야 낫는 법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 남편이 없었다면 맘 편히 쉬지도 못하고 더 아팠을지도 모른다.


아프니까 내 옆에 있어주는 남편이 더 든든하고 의지가 되었다. 나에게 정말 고맙고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또 한 번 느꼈다.


난 집에서도 늘 이것저것 하는 게 많았다. 그런데 이 날은 아픈 나를 위한 남편의 배려로 아무것도 안 하는 휴식 시간을 선물 받았다. 이 고마운 배려의 보답은 잘 쉬고 낫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녁에 간단히 죽을 먹고 얼른 씻고 따뜻하게 데워놓은 침대에 누웠다. 아이 하원하고 집에 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저녁 7시 반에 침대에 누워본 건 이 날이 처음이었다.


침대에 누워 있으니 거실에서 남편이 아이를 챙기며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목욕 해야 하는데 계속 나중에 한다고 하는 수지와 실랑이 하는 남편의 소리마저 다정하게 느껴진다. 남편은 수지 저녁밥을 챙겨주고 목욕도 시키고 잘 준비 다해서 내 옆으로 데리고 왔다.


수지는 잠은 나와 자기 때문에, 내 옆에 와서 책 2권 읽고 조금 더 놀다가 아이도 일찍 잠이 들었다. 그리고 수지 재우려고 틀어놓은 자장가 소리를 들으며 나도 같이 잠이 들었다.


이 날 일찍 잠이 들었고 푹 잤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열도 내렸고 몸이 아프지 않았다. 역시 몸살엔 약 먹고 푹 자는 게 답인가 보다. 겨우 이틀 몸살 기운으로 아팠는데, 그 이틀이 힘들었다.


그런데 이제 몸살 기운이 없어지니 내가 아무런 통증 없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잘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출근 준비와 아이 등원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한참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야간근무 마친 남편이 평소보다 일찍 집에 도착했다. 그래서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왔냐고 하니까 내가 아플까 봐, 내가 아프면 자기가 수지 등원시키려고 서둘러 빨리 왔다는 거다.


그 말에 심장이 쿵하는 감동을 받았다. 내가 아플까 봐 걱정하는 마음으로 서둘러 온 남편의 진심이 내 마음에 그대로 전해졌다. ‘나 정말 사랑받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행복했다.


안 그래도 수지의 등원 준비가 조금 늦어지고 있었는데, 마침 남편이 일찍 와줘서 나는 늦지 않게 출근하고, 수지는 남편이 여유롭게 등원시켜주었다.


남편이 날 걱정해 주고
생각해 주는 마음이
내 마음에 가득 차고도 넘친다.


특별한 문제 없는 무난한 일상에서는 이런 고마움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아프거나 어떤 어려움이 생기면 이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날 생각해주고 챙겨주는 남편이 있어서 큰 힘이 된다. 남편이 남의 편이 아니라 내 편이라서 정말 든든하다. 남편의 사랑을 받고 나는 오늘도 무럭무럭 자란다. 주고 받는 사랑으로 마음이 충만해진다.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동반자로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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