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둘러싸여 삽니다
저녁에 설거지를 하고 배수구 통을 씻다가 유리 조각에 손가락을 살짝 찔려 피가 났다. 며칠 전에 유리컵 하나가 금이 가서 살짝 깨져 있었는데, 아마 그 때 떨어져 나간 조각이 배수구 통안에 있었나 보다.
다행히 큰 조각은 아니어서 크게 다치진 않고 살짝 베여서 피가 났다. 유리에 찔릴 때 순간 아파서 “아!” 하고 손가락을 보고 있으니 내 뒤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던 남편이 다쳤냐고 물어봤다.
난 유리에 살짝 찔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밴드를 붙이려고 찾으니 남편이 자기가 갖다 준다고 했다. 나는 괜찮다고, 내가 해도 된다며 화장대 서랍에 있던 밴드를 찾아서 꺼냈다.
밴드를 찾으러 안방으로 들어가는 나를 남편과 수지가 뒤따라 왔다. 남편이 수지에게 “엄마가 아야 해서 밴드 붙인데.” 라고 이야기 하니까 수지가 내 걱정을 하며 “엄마 아야 해 떠? 수지가 밴드 붙여줄게.” 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 손에 있던 밴드를 수지에게 주었더니 수지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밴드를 뜯어서 붙일 준비를 했다.
그리고 남편은 연고를 발라야 한다며 연고를 가지고 왔다. 수지는 아빠가 엄마에게 연고를 발라줄 때까지 옆에서 밴드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손가락에 난 피를 휴지로 닦았는데 수지가 피를 보고 “엄마 아프겠다. 호 해줄게~” 하며 내 손가락에 호~ 하고 입김을 불어주었다. 그 순간의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이뻐서 아이의 사랑이 내 마음에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어쩜 이렇게 사랑으로 가득한 아이인지. 마음이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진다.
조금 있으니 남편이 연고를 찾아와서 내 손가락에 정성스레 발라주었다. 그리고 연고를 바른 내 손가락 위에 수지가 아까부터 준비하고 기다린 뽀로로 밴드를 정성스레 붙여주었다. 수지는 밴드를 붙여주며 “이제 안아플거야” 라고 말했다.
손가락에서 피가 나는 막상 아무렇지 않게 덤덤했다. 그런데 남편과 아이가 나를 둘러싸고 나보다 내 걱정을 더 해주었다. 내가 사랑에 둘러싸인 느낌이었다.
나를 아끼고 챙겨주는 그 마음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이 작은 일 하나가 사랑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나 사랑받고 있구나, 나 정말 행복하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를 두고 걱정하며 나를 바라보던 남편과 수지의 눈빛이 내 마음에 따뜻하게 녹아든다.
내 곁에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남편과 아이가 함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사랑이 가득한 마음에 행복이 차곡차곡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