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서 다행이야
아이가 유치원 첫 등원을 무사히 했다. 밝은 모습으로 등원하는 수지를 보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감사했다.
적응기간 이틀 동안은 1시에 하원하는데, 9시에 등원시키고 1시가 되기를 기다리면서 수지가 어떻게 지냈을지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수지가 올 시간에 맞춰서 유치원 버스가 내리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이집을 다닐 때는 직접 데리러 갔었는데, 이제 노란 버스를 타고 오는 수지를 맞이하려고 하니 기다리는 동안 왠지 더 설렜다.
잠시 후 버스가 도착했다. 수지는 손에 유치원에서 준 귀여운 선물을 들고 밝은 모습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수지의 밝은 얼굴을 보자마자, ‘아 오늘 유치원에서 재밌었구나, 수지가 만족했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어떤 것으로도 감출 수 없는 행복한 모습이었다. 수지에게 오늘 어땠냐고 묻지 않아도 이미 난 답을 들은 것 같았다.
밝게 웃으며 버스에서 내린 수지는 유치원에서 받은 토끼봉을 요술봉이라며 빙글빙글 돌리며 폴짝폴짝 뛰었다. 수지는 기분이 매우 좋았고 오늘 유치원에서 재밌었다고 했다.
아이의 재밌었다는 말 한마디에, 유치원을 처음 보내며 그동안 긴장했던 내 마음이 사르르 다 풀어졌다.
그 말 한마디에 모든 게 다 괜찮아졌다. 재밌다고 말하는 아이의 얼굴엔 아직도 유치원에서 보낸 즐거운 여운이 다 가시지 않은 느낌이었다. 설렘과 기대로 간 유치원 첫 등원이 아이에게 즐거움이 되었다니 정말 감사했다.
수지는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도 그 자리를 한참 동안 떠나지 않고, 토끼봉을 들고 신나게 뛰어다녔다. 그런 수지를 보며 나도 같이 신나서, 길 한복판에서 크게 웃으며 사진을 찍어댔다. 잠시 유난스러운 엄마가 되었다. 해맑은 아이 앞에서 나도 무장해제 되어 같이 폴짝폴짝 뛰었다.
수지는 집에 와서도 계속 기분이 좋았다. 수지는 토끼봉이 너무 이쁘다며 토끼봉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나는 수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원래도 사랑스러운 아이가 더 사랑을 가득 머금은 채 핑크빛 기운을 내뿜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수지의 모습에 오늘 하루 전체가 그저 행복했다. 수지의 유치원 첫 등원에, 수지보다 더 긴장했던 나와 남편은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에 긴장과 걱정이 다 사라졌다. 수지가 좋아해서 너무 좋다는 말로 오늘 하루를 다 채웠다.
오늘은 그냥 이대로 행복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또 있을지 모르지만, 오늘 지금 이 순간은 그저 지금의 행복에만 집중하며 이 행복을 마음껏 음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