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작에 행운이 가득하길
드디어 아이 유치원 첫 등원날. 이 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설렘과 긴장이 내 안에 계속 함께 했다.
등원하는 건 수지인데 내가 첫 입사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수지는 어젯밤까지만 해도 유치원 가기 싫다고 무섭다고 하더니, 막상 당일 아침이 되니 설렘을 가득 안은채 약간 들떠 보였다. 아이가 기대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표정과 행동에서 느껴졌다.
어린이집 졸업 한 이후 며칠 만에 하는 등원준비인데, 수지는 평소보다 수월하게 등원준비를 다 했다.
오늘 첫 등원은 아빠차를 타고 등원하기로 했다. 수지는 날아갈듯한 가벼운 발걸음으로 신나게 집을 나섰다.
밝은 아이의 모습을 보니 왠지 안도가 되었다.
유치원 앞에 도착해서 근처에 차를 세워놓고 유치원 입구까지 세 식구가 같이 들어갔다.
유치원 입구에는 등원하는 아이들이 줄을 서서 지도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차례차례 질서 있게 들어가고 있었다. 이런 풍경마저 어린이집과는 많이 달라서 신기했다. 아이들은 선생님께 ‘공수’ 하고 인사를 꾸벅하고 데려다주신 부모님과 할머니께도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
뭔가 어른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내 아이가 아닌데도 왜 그리 뭉클한지. 그리고 곧 뒤를 이어 병아리 신입생 같은 수지가 들어갔다. 명찰을 보고 신입생인 걸 알아본 선생님은 "아 별누리반이구나 어서 와~" 하며 반갑게 맞아 주셨다.
수지는 앞에서 오빠들이 한 것처럼 선생님께 공수하고 인사를 90도로 했다. 너무 씩씩하게 잘하는 모습에 대견하고 이뻐서 난 또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이전에 어린이집에 들어갈 땐 늘 선생님이 신발을 벗겨 주시고 정리해 주셨는데 유치원은 등원 첫날부터 아이 스스로 신발을 벗고 정리했다.
유치원 등원하기 전에 "수지야 이제 유치원 가면 혼자 신발도 벗고, 신어야 돼. 할 수 있지?"라고 늘 말했는데, 그때마다 수지는 장난스럽게 "아니야, 안 할 거야"라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 수지는 스스로 야무지게 신발을 벗고 자기 자리를 찾아서 넣었다. 꼭 항상 해왔던 것처럼. 그리고 엄마 아빠를 똘똘한 눈으로 보며 '안녕' 인사하고 들어갔다.
처음 혼자 가는 유치원이라 긴장이 될 법도 한데, 떨어지기 싫다고 떼쓰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잘 들어가는 아이를 보니 계속 마음에 뭉클함이 피어올랐다.
우리 수지가 정말 많이 컸구나.
아이의 성장을 피부로 확연하게 느낄 때
감사함, 감격, 감동이 몰려온다.
언제 이렇게 큰 걸까 우리 아이가.
아이가 잘 자라주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마음을 빈틈없이 가득 채운다.
유치원이 확정되는 순간부터 마음에선 항상 유치원 보낼 준비를 해왔던 것 같다. 미리 걱정이 되는 것도 있었지만, 걱정보단 우리 수지는 잘할 거야 믿고 응원해야지 하는 마음에 힘을 더 주기로 했다.
나도 유치원을 보내는 건 처음이다 보니 이 첫 경험이 남다른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시작엔 긴장과 설렘이라는 감정이 항상 드는 것 같다. 지금의 새로움도 곧 익숙함이 될 것이다. 익숙해질 때까지 약간의 긴장감과 설렘을 가지고, 아이와 같이 천천히 적응해나가고 싶다.
앞으로의 하루하루가 더 궁금하다.
아이로 인해 매일 특별한 일들을
맞이하는 것 같다.
아이가 내 일상에 새로움을 더해주고,
행복함을 더 해준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아이를 온 마음 다해 응원한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열심히 응원을 해주고 싶다.
수지를 무사히 등원시키고 나도 오늘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3월의 첫 출근을 했다. 오늘따라 출근길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시작이라는 단어가 피부에 더 가깝게 와닿는다. 시작이 주는, 새롭게 피어나는듯한 힘이 느껴지는 하루의 시작이다.
모든 시작에 행운이 가득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