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씨체만이 가진 고유한 매력
손글씨 연습을 꾸준히 하면서 내가 연습하는 책의 저자처럼 따라 써보려고 해도 그게 잘 안 됐다. 정말 희한하다. 견본 글자를 바로 눈앞에 보고 따라 쓰는데도 절대 그 글자와 똑같이 되지 않는다.
쓰다 보면 원래 내 글씨체 모양이 나오고, 여기서 조금 더 신경 쓰면 원래 내 글씨체에서 조금 더 반듯한 모양이 나온다.
오늘 수첩에 손글씨로 메모하다가 글씨가 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으로 흘러갔다. 그걸 보고 ‘아, 나 글씨 연습 하는데 왜 이렇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인터넷에 이쁜 손글씨라고 검색을 해봤다. 검색 결과에는 내가 연습하는 책에 있는 글씨 외에도 무수히 많은 여러 모양의 글씨체가 쏟아져 나왔다.
그 순간, ‘아! 글씨체가 내가 보고 따라 쓰는 이거 하나만 있는 게 아니지!’ 하고 머리에 불이 켜졌다.
손글씨 책을 사서 연습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어느새 하나의 틀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이 글씨대로 쓰고 싶다는 틀.
그런데 그 틀에 잘 맞지 않으니까 안 되는 모습에 실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틀 밖의 세상을 보니 아주 많은 글씨체가 있었다. 이쁜 글씨체는 매우 주관적인 것이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볼 수 있고,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 많은 글씨체 중에 내 마음에 드는 글씨체가 다른 사람의 선호와는 다를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 쓰는 폰트만 해도 수백 가지가 되는데,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좋아하는 폰트가 다 다른 것처럼. 손글씨체도 각자의 선호가 다를 수 있다.
그러니 이쁜 글씨체라고 정해진 정답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내가 굳이 하나만을 정해서 이것과 똑같이 써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각각의 개성을 가진 글씨체들을 보니 다 매력 있고 이뻤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르고, 각자의 고유함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글씨체도 마찬가지 었다.
아무리 손글씨 연습을 해도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글씨체의 색깔이 계속 묻어나서 난 그 색깔을 지우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새로운 글씨체, 내가 기준으로 세워놓은 글씨체를 따라 하려고 무던히도 애썼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이미 나라는 고유한 색깔을 가지고 나온 것처럼, 아무리 없애려고 해도 없어지지 않는 나만의 개성이 있다. 내가 가진, 나만의 매력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굳이 다른 사람을 따라 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고, 나를 다른 사람처럼 꾸미려고 할 필요도 없다. 나는 나대로 충분하니까.
내 글씨체도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모습 그대로 그냥 놔두기로 했다.
내 글씨체만의 매력을 키우는 것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손글씨 연습 방법을 바꾸었다. 늘 따라 하려고 했던 샘플 글씨체는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아무리 해도 그 글씨체는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대신 내가 쓰기 편하면서 내가 좋아하고, 익숙한 내 색깔이 묻어있는 글씨를 좀 더 이쁘게 잘 살려보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이렇게 방법을 바꿔서 쓰다 보니 이것도 나쁘지 않다.
이 글씨를 쓰는 내 손도 왠지 더 편했다. 손에 힘을 많이 주지 않아도 편안하게 잘 써졌다. 이제야 제 옷을 입은 듯 편안한 내 손을 보니, 이 방법이 나에게 맞는 거구나 싶다.
이제 원래 내가 갖고 있던 글씨체를 잘 다듬는 것에 집중해야겠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동안 내가 기준으로 정해놓은 글씨체를 따라 하려고 했던 게 조금 무거운 짐이었나 보다. 그 글씨체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렇게 다시 꾸준히 연습을 이어가야겠다. 역시 나는 나답게 살아야 가장 편안하고 좋은 것 같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지키며, 여기서 조금씩 더 발전하는 것에 집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