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 연습을 하며 올라간 삶의 만족도
요즘 시대는 손글씨 쓸 일이 정말 없다. 직장이나 집에서나 거의 모든 업무는 컴퓨터로 한다. 그리고 간단히 메모하는 것마저 핸드폰 메모장에 하는 시대다. 공부나 회의를 할 때도 태블릿으로 한다.
난 중학생 때까진 폰이 없어서, 친구들과 손편지도 자주 주고받고 펜팔도 했다. 기록은 무조건 손글씨로 하는 게 당연한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제 손글씨로 쓰는 게 아주 드문 일이 되었고 폰이나 태블릿에 기록 하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졌다.
이렇게 빠르게 흘러가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어쩌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아날로그 하나쯤을 지키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원래 끄적거리며 다이어리나 노트에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오랫동안 지켜오고 있는 습관 중 하나가 이것저것 자주 적는 것이다. 핸드폰 사용하는 게 익숙해지면서 나도 꽤 많은 메모를 아이폰 메모장에 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손글씨로 메모하는 걸 버리진 않았다.
키보드 타자를 두드리며 글 쓰는 게 편하고 좋기도 하다. 타닥타닥 키보드 치는 느낌도 좋다. 그런데 손에 펜을 잡고 글씨를 종이에 사각사각 쓰는 건 키보드로 타자를 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펜으로 글을 쓰면 내 마음이 펜 끝을 따라간다. 내가 적는 내용에 온전히 집중하게 된다. 글을 쓰는 동안에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키보드로 글을 써도, 내가 쓰는 내용에 집중을 하게 되는데 손으로 글을 쓰면 그 집중도와 몰입감이 좀 더 깊어진다.
손으로 글 쓰는 매력을 너무나 잘 알아서 이건 절대 놓을 수 없다.
나는 글씨체 교정 연습을 필사를 하며 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노트 몇 페이지가 빽빽하게 글씨로 채워졌다. 이게 뭐라고, 내가 정성 들여 쓴 글씨로 채워진 노트를 보면 기분이 좋다. 내가 글씨 연습을 이렇게 열심히 했노라 하는 훈장 같기도 하다. 내가 나에게 주는 훈장.
그리고 이렇게 필사를 하면서 손글씨 쓰는 이 감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도 좋다. 잊고 싶지 않은 내가 좋아하는 이 감각.
필사를 하면서 좋은 내용도 마음에 새기고, 글씨 연습도 되니 너무 좋다. 원래도 손글씨 쓰는 걸 좋아했는데, 연습하면서 더 좋아하게 되었다.
손글씨 연습을 하게 되면서, 업무일지에 적는 간단한 메모들, 나만 보는 내 수첩에 적는 사소한 글들도 더 신경 써서 적게 된다. 누가 보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보고 만족스러우니 그걸로 좋다.
다른 사람 보여주는 게 아니라고 대충 휘갈겨 쓰는 게 아니라, 내가 보는 내 수첩이니까, 내가 만족하려고 정갈하고 이쁘게 신경 써서 쓴다. 깔끔하게 신경 써서 쓰인 글씨로 채워진 노트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글씨 연습을 하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워가기도 한다. 글씨와 삶?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데 깊은 연관이 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씨가 아니라, 나 스스로 만족하기 위한 글씨를 쓰다 보니, 아주 작은 부분에서도 만족감을 느끼는 것들이 더 많아졌다. 늘 가지고 다니는 수첩, 매일 보는 업무일지, 회사 사무실 컴퓨터에 포스트잇으로 붙여놓은 여러 메모들에 적힌 글자들까지 또박또박 신경 써서 적은 걸 보면 기분이 좋다.
글씨 연습으로 인해
내 일상의 아주 작은 틈까지
신경 쓰고 챙기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아주 작은 부분까지 마음에 든다.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서
만족감을 느끼게 되니,
내 삶의 만족도가 더 올라갔다.
모든 것은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낀다. 작은 것에 소홀하지 않고 정성을 들이면, 이 작은 것들이 모여 내 삶을 조금씩 더 좋은 모습으로 변화시킨다.
정성 들여 글 쓰는 연습으로 내 삶 구석구석 하나하나 정성 들여 살게 되는 같아 참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