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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May 18. 2024

마법같은 아이의 말 “엄마가 좋아서 그렇지”

아이가 날 길들이고 있는건지도 몰라

수지는 5살인데도 여전히 유모차 타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가까운 마트를 가도 편한 운송수단으로 유모차를 탄다. 그리고 유모차를 타고 갈 때 아빠가 같이 있어도 꼭 나에게 밀라고 한다.


남편이 “아빠가 밀게~”라고 해도

수지는 ”아니야 엄마가 밀어~! “라고 한다.


나도 가끔 그냥 편하게 걷고 싶어서 한 번은 수지에게 물어봤다.

“수지야, 왜 엄마만 밀어야 돼?”

 

“엄마가 너무 좋아서 그렇지.”


이 대답을 듣고 유모차 안 밀고 편하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흐뭇한 미소가 자리 잡았다. 기분이 좋았다. 내가 좋아서 그렇다는 수지의 말에 다른 어느 답도 할 수 없었다.


“엄마가 좋아서 그래?!”라는 말을 하고, 나는 있는 힘껏 열심히 유모차를 밀며 산책했다. 옆에 있는 남편에게는 왠지 조금 미안했지만(?) 내가 좋다는데 어쩔 수 없지 뭐. 하하. 그래서 기분 좋게 유모차를 밀며 산책했다.




수지는 유모차 말고도 일상에서 종종 “이거 엄마가 잡아줘, 엄마가 해줘”라고 하는 것들이 있다. 옆에 아빠가 있어도 나에게 하라고 해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엄마가 좋아서 그렇지”라고 한다.


그냥 엄마가 “좋아서”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엄마가 “좋아서 그렇지”라고 하는 게 너무 귀엽다. 나를 단번에 움직이는 마법 같은 말이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것 같은데, 어쩌면 아이가 날 길들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커갈수록 내가 아이에게 길들여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쁜 말을 하는 아이를 이길 수 없다. 엄마가 좋다는 수지의 말에 엄마는 모든 귀찮은 것도 다 즐겁게 해 버린다.


앞으로도 난 수지의 마법 같은 말에 이끌려
아이가 시키는 건 홀린 듯 다 해버릴 것 같다.


‘엄마 많이 좋아해 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엄마 많이 좋아해 줘 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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