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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May 21. 2024

아이에게서 들은 '용감하다' 는 말

사소한 것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는 아이

며칠 전 아이와 걸어가다가 길에서 달팽이를 발견했다.


수지는 "엄마 달팽이야!" 하더니 그 앞에 멈추고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수지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달팽이 안 무서워?"


"응 안 무서워."


"엄마 용감하다!"


이 말에 웃음이 터졌다.


내가 예전에 비 온 뒤 산책하다가 그때도 길에서 달팽이를 만났는데 수지와 남편은 달팽이를 본다고 가까이 있었다. 나는 꾸물꾸물 꿈틀거리는 달팽이가 좀 징그러워서 가까이서 보지 못하고 멀찌감치 뒤에 서있었다.

뒤로 물러서 있는 나를 보고 수지가 "엄마 달팽이 무서워?"라고 물었다. 그 말에 난 "응 엄마는 무서워"라고 했다.


수지는 씩씩하게 "수지는 안 무서워!"라고 말하고 계속 달팽이를 관찰했다. 엄마가 무서워하는 걸 자기는 안 무서워하니 내심 그것에 자부심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수지는 길에서 달팽이를 만날 때마다 나에게 무섭냐고 물어봤다. 늘 무섭다고 하던 엄마가 이 날은 안 무섭다고 말하니, 수지가 나에게 ‘엄마 용감하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아이 입에서 나온 용감하다는 말이 너무 귀여웠다. 꼭 엄마가 아이에게 "우리 수지 많이 컸네" 하는 것처럼, 아이가 엄마에게 "우리 엄마 용감하네~ 많이 컸네" 하는 느낌도 살짝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용감하다는 단어를 직접 말로 듣는 게 생소한 경험이었다. 용감하다는 말은 악당과 싸우고 이기는 히어로 만화에서 듣거나, 글에서 읽어본 적만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들어보거나 나도 누군가를 보고 용감하다고 말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용감하다’는 말은 아주 대단히 영웅적인 일을 했을 때 하는 말 같기도 하고, 내 생명을 걸고 누군가를 구할 때 하는 말 같은 느낌이다.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 느낌.


그런데 아이는 내가 달팽이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에 ‘용감하다’ 고 해주었다. 아주 쉽게 그 말을 하는 아이를 보며 내가 그동안 그 단어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이 깨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말에 정말 용기가 나는 것 같았고 나는 수지가 달팽이를 다 볼 때까지 같이 옆에서 지켜봤다.




아이는 사소한 것에도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행복을 만난다. 어떻게 보면 아이에겐 사소한 게 없을 수도 있다. 주변의 모든 게 특별하고 재밌는 것들로 가득하다.


작은 것에도 행복한 의미를 가득 부여하는 아이는 매일 나에게 사소한 것에서 오는 행복을 선물해 준다.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보석을
아이가 날마다 찾아주는 것 같다.


내 일상에 아이가 찾아주는 보석 같은 행복이 쌓여간다. 그리고 나도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마음이 점점 커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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