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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하다가 쉬고싶을 때 대처하는 자세

아이와 있는 이 순간의 소중함을 아는 것

by 행복수집가

며칠 전 석가탄신일에는 나와 아이 단둘이 공휴일을 보냈다. 이 날 오전엔 수지와 산책을 나갔다. 화창한 날씨는 초록빛 가득한 풍경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보이는 풍경은 초여름인데 피부에 스치는 공기는 아직 덥지 않고 시원하다. 시원한 바람맞으며 초록색감이 너무 이쁜 풍경을 보면서 수지와 산책하는 길이 참 좋았다.


이렇게 잠시 걷다가 우리는 카페에 들어갔다. 나는 디카페인 카페라테를 마시고, 수지는 빵을 먹었다.

내 옆에 앉은 수지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빵을 먹고, 나는 챙겨간 책을 읽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각자 하고 싶은 걸 잠시 하다가 창밖의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카페의 한 벽면이 통유리여서 바깥이 그대로 보이는 게 너무 좋았다, 큰 나무의 나뭇잎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아름다워서, “수지야 저 나무 봐봐. 너무 이쁘지? 엄마는 나무가 너무 좋아.”라고 말했다. 내 말에 수지도 나무를 보더니 “응 이쁘다~ 나도 나무 좋아”라고 말했고 우리는 한동안 같이 나무를 바라봤다.


이 순간이 참 행복했다. 내 아이와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 순간의 행복이 아직 다 보내지 않은 내 하루의 남은 시간도 행복으로 다 채워주는 것 같았다.




오전에는 카페에서 데이트를 하고, 점심을 집에서 먹은 후 오후에는 다시 놀이터로 나가서 두 시간을 놀았다.


땡볕에서 신나게 놀고 들어온 수지와 나는 너무 졸려서 잠시 소파에서 낮잠을 잤다. 그렇게 잠깐 자고 일어났는데, 수지는 아직도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수지는 자면서 더웠는지 땀이 나서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고, 밖에서 노느라 새빨개졌던 얼굴이 어느새 뽀얀 우윳빛으로 변해있었다. 참 사랑스러웠다. 자는 아이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대로 더 오래 자면 안 될 것 같아 수지를 깨웠다.


잡에서 깬 수지는 저녁을 먹고, 장난감 정리도 열심히 하고 샤워도 시원하게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 날 수지가 잠든 시간은 저녁 9시 반이었다.


이 날 아침부터 하루 종일 아이와 놀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조금 피곤하기도 했다. 아이와 있는 시간엔 내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틈이 잘 안 난다. 같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아, 나도 잠시 쉬고 싶다’라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엄마와 놀 거라고 눈을 반짝이며 기다리는 수지를 보면 쉬고 싶다는 생각이 물러난다. 일주일 중 5일을 유치원에 가고 주말 짧은 이틀 동안 엄마 아빠와 같이 있는데, 엄마와 같이 있을 수 있는 휴일이 얼마나 반가울까. 수지는 주말만 되면 유치원 안 가는 게 좋다고 여러 번 말한다.


아이는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엄마 아빠랑 있는 것 자체로 행복해한다.


그래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에 '피곤하다, 쉬고 싶다'란 생각이 올라올 때 내가 우리 수지와 하루종일 같이 있을 수 있는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아. 내가 보낸 오늘을 나중에 그리워할지도 몰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너무 소중한 거야.라고 다시 생각한다. 이 생각을 하면 몸은 좀 피곤해도 마음이 힘들지 않고 이 순간의 소중함이 더 마음깊이 와닿는다. 이 소중함이 마음에 차오를 때 ‘힘들다, 쉬고 싶다’는 생각은 저 멀리 떠나버린다.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해서 보내고 나면, 육퇴 후 나만의 시간을 더 달콤하게 보낸다. 아이와 있는 시간에 내가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하루동안 잘 놀고 아이가 잠들고 나면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내 시간의 차례가 된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도 나에게 선물 같고,
아이가 잠든 후 내가 개인적으로
보내는 시간도 나에게 큰 선물 같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이 다 선물이다.


사랑스러운 수지도 내 인생에 선물처럼 와주었는데, 수지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감사한 선물을 참 많이 받는 것 같다. 이전에도 나에게 똑같이 주어졌던 시간인데 지금은 그 시간을 더 감사하게 여기게 되었다. 모든 것이 당연하게 아니라 감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 마음이 내가 인생에서 받은 것 중 가장 값진 선물 같다.


아이를 낳고, 엄마로 살며 매일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엄마의 삶도 정말 감사하고, 아이를 키우며 나 자신도 한 사람으로서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사가 마음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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